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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학교병원 세종의원 모습. 세종의원이 대평동에서 어진동 LH 신사옥 별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LH와 행복도시건설청 건축심의위원회가 LH 신사옥의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연합뉴스
친환경 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행복도시건설청 건축심의위원회가 LH 신사옥의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위원회는 LH가 공공기관인 만큼 세종시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LH는 사업비 추가 부담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LH 속내는 철거할 임시사용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게 아깝다는 입장이었지만, 10년 이상 건물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친환경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LH 등에 따르면 세종시 남부권인 대평동(3-1생활권) LH 세종특별본부 건물에 입주한 충남대학교병원 세종의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정부세종청사가 가까운 어진동(1-5생활권)으로 이전을 시작했다.
LH 세종본부가 공동주택 개발계획에 따라 대평동 건물을 철거하고 어진동에 전체면적 9667㎡ 지상 3층 규모로 신사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세종의원은 LH 신사옥 앞 별동에 재입주해 7일부터 정상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애초 세종의원은 지난 2월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LH와 행복청 건축심의위원회가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이전이 지연됐다.
LH 신사옥 별동은 전체면적 947㎡로 건축물심의대상이 아니지만, 도시계획상 대로와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인접한 미관지구에 있어 심의를 받았다.
위원회는 행복도시가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는 특수성과 LH가 토지주택사업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임을 들어 태양광 설비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주문했다.
문제는 별동이 일반건축물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LH는 추가 비용 부담 때문에 난색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가를 줄이려고 애초 1000㎡였던 전체면적도 축소한 마당에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위원회 제안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착공 인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므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행복청 관계자는 "(LH는) 작은 건물이다 보니 추가로 예산을 타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LH 속내는 달랐다. 별동이 일반건축물로 신청됐지만, 세종의원이 2017년 세종 충남대병원 개원 때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히는 등 이용 상황이 유동적이다 보니 사실상의 임시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꺼린 것이다.
LH 관계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말미암아 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면서 "LH 건물이다 보니 위원회에서 민간기업보다 강하게 요구한 측면이 있는데 임시로 운영하다 철거할 건물에 (고가의) 설비를 갖추라는 게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
LH는 결국 주차장과 디자인 등 위원회에서 제기된 총 19개 의견 중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뺀 나머지만 설계에 반영한 뒤 지난 3월 심의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LH가 수익성만 따지고 친환경 투자에는 인색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LH는 대평동 자리에서는 세종의원으로부터 보증금 없이 월 800만원의 관리비만 받았지만, 어진동에서는 따로 10억원의 보증금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별동은 세종의원이 문을 닫으면 사실상 용도 폐기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LH가 10년 이상 사용할 거라는 얘기도 있다.
행복청 한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별동이 가설 건축물인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면서 "LH가 일반건축물로 10년 이상 쓰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세종시민 최모(36)씨는 "한두 해 쓰는 건물도 아니고 10년 이상 쓴다면 LH가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 앞장서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