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업무·주거·교육·의료·문화시설 한꺼번에…정주여건 개선
  • ▲ 지난 4월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내 희망공원에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단지 안에는 매점 2곳밖에 없어 근로자들이 커피를 사려면 왕복 7㎞를 걸어야 했다.ⓒ연합뉴스
    ▲ 지난 4월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내 희망공원에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단지 안에는 매점 2곳밖에 없어 근로자들이 커피를 사려면 왕복 7㎞를 걸어야 했다.ⓒ연합뉴스

    기존 산업단지의 틀이 바뀐다.


    덩그러니 공장만 밀집된 형태에서 주거·상업·업무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서거나 산업단지와 산업단지 혹은 산업단지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공간에 '업무+주거+교육+의료+문화' 시설이 함께 조성돼 생산 기능은 물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시작은 지자체가 했다. 충남도는 2012년 전국 최초로 정주여건이 갖춰진 상생산업단지 조성을 본격화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이를 벤치마킹해 '복합용지' 개념을 도입했고 시범사업 성격으로 전국 12곳에 미니복합타운을 조성 중이다.


    ◇국토부, 복합용지 본격 시행


    앞으로 산업단지 내 산업용지 면적의 절반까지는 공장뿐 아니라 주거·상업·업무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서는 복합용지로 쓸 수 있다.


    국토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산업입지개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9일 개정되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통합지침과 함께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복합용지는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새로 도입한 개념이다. 공장(산업시설)뿐만 아니라 상업·판매·업무·주거시설 같은 지원시설과 공공시설이 한 건물 또는 한 용지 안에 한꺼번에 들어설 수 있는 땅이다.


    개정안은 복합용지의 구체적인 설정기준을 마련했다. 산단 내 산업시설용지 면적의 최대 50%까지 복합용지를 허용하고 복합용지의 절반까지 주거·상업·업무시설을 지을 수 있게 했다. 건축물 저층에는 상업시설, 중저층은 도시형 공장, 중고층은 업무시설, 고층에는 주거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산업시설 비율은 일반산단이 전체 면적의 50%인 반면 복합용지를 도입하면 순수 산업용지 25%와 복합용지 내 산업시설용지 12.5% 등 37.5%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복합용지는 준공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 준공업·준주거지역은 용적률이 200∼500% 허용되고 공장 말고 주거·의료·교육연구시설도 지을 수 있다. 용적률 200∼350%에 공장만 허용되는 일반공업지역보다 융통성 있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복합용지의 공급가격은 조성원가로 공급하는 산업용지와 감정가격으로 공급하는 지원용지의 비율에 따라 합산해 결정한다. 조성원가와 시장가격 중간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장 근로자들이 직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공장 근처에서 쇼핑도 하고 업무상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복합용지 개념을 적용한 사업모델로 충남 예산 고덕지역 등 전국 12곳에 2017년까지 미니복합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산단 정주여건 개선 시초는 충남 상생산단


    복합용지는 산단 내 근로자의 근무·정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시초는 충남도가 민선 5기 공약사업으로 내건 상생산업단지다.


    충남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수도권 규제 강화에 따라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단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왔다.


    저렴한 조성·분양비용과 공장 입지를 반대하는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하다 보니 산단은 주로 땅값이 싼 외곽지역에 터를 잡았다.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 위주로 개발정책이 치중되면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의료·문화 등 지원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런 불균형은 생산활동은 기업을 유치한 지역 내 산단에서 이뤄지지만, 소비활동은 다른 지역에서 이뤄져 자금은 외지로 유출되고 이주 근로자는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산단 주변에 정주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도내 기업 근로자의 39%쯤이 대전·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2010년 지역 내 총생산은 전국 5위지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지역총소득 비율은 전국 최하위로 소득의 역외유출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충남도가 찾은 해법은 상생산단 조성이다. 상생산단은 생산·업무·주거·교육·의료·문화가 공간적으로 연계돼 편리한 정주환경을 갖춘 산단을 의미한다. 기업 근로자는 삶의 질, 지역 주민은 소득을 높이는 윈윈전략인 셈이다.


    도는 2012년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신규로 조성하는 산단은 기획 단계부터 종사자의 주거·교육·복지 수요를 고려해 행정계획을 세우고, 3㎦ 이상 대규모 산단은 단지 안에 주거·상업 등 복합지원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도는 교육 분야에서 자율형 사립고와 지자체 주도형 마이스터고를 육성·유치하고 도서관과 공연장, 체육시설을 추가 조성해 문화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4년까지 543억원을 투자해 전통시장 32곳의 시설을 현대화하는 등 생활편익시설을 개선하고 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 등에 종합병원을 건립하는 것을 비롯해 2012~2014년 365억원을 투입해 보건기관의 노후 의료장비를 현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산단에 대한 정주여건 개선작업도 병행한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공주·논산·서산시 등 3개 지역 5개 사업을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2016년까지 총 304억원을 투입한다.


    공주는 탄천일반산단에 원·투룸 156세대와 도서관 등을 갖춘 커뮤니티복합주거시설을, 논산은 1·2산단과 강경농공단지에 33㎡의 공동주택 40가구를, 서산은 오토밸리에 직장보육·체육시설을 각각 갖추게 된다.


    도 관계자는 "상생산단의 핵심은 사람이 머물도록 정주여건을 갖추는 것으로, 지역·산단별 여건을 고려해 산단 안 또는 밖에 조성하게 된다"며 "국토부가 시행하는 복합용지는 산단 내 정주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는 만큼 상생산단 조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