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승기가 마치 1인 4역을 보는 듯한 '극과 극' 능수능란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승기는 지난 10일 방송된 SBS 드라마 스페셜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 이하 '너포위') 18회 분에서 어수선(고아라)-강석순(서이숙)-유애연(문희경)-신지일(이기영)등 각기 다른 인물과 마주대할 때마다 상황에 걸맞게 카멜레온 연기를 펼쳐냈다.

극중 은대구(이승기)는 엄마 살인사건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밝혀내기 힘들었던 유애연과의 심문에서 고도의 심리 전략을 사용하며 유애연을 자극, 자백을 받아냈다. 취조하는 형사다운 노련함으로 또박또박 질문을 이어가던 은대구는 애처롭게 죽어간 엄마를 떠올리며 점점 북받쳐 오르더니 결국 유애연에게 격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리고는 유애연의 질투로 인해 처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던 엄마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체포되어 가는 유애연 뒤에서 굵은 눈물 한줄기로 오롯이 담아냈다. 

또한, 은대구는 생물학적 아버지로 밝혀진 신지일을 미혼모의 아들이라는 아픔을 감수하고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덤덤하면서도 냉정하게 뿌리쳤다. 신지일은 첫 만남에서 은대구 엄마와의 관계를 부정, 은대구를 울분케 했다. 하지만 은대구는 자신을 다시 찾아온 신지일이 지금이라도 친자확인을 하자고 하자, 오히려 냉담하게 거절했다. 은대구의 날카로운 눈빛과 상반되는, 예의바른 목례는 비겁한 변명을 던지는 신지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믿고 의지해왔던 강석순이 서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은 채 강석순을 향한 배신감을 활화산처럼 터트려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11년 전부터 자신이 김지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유일한 사람, 후견인이 되어 대학까지 졸업하게 해준 강석순이 조형철(송영규)에게 자신의 위치를 가르쳐준 서형사였다는 진실이 은대구를 절망케 만들었던 것. 

한줄기 빛처럼 강석순을 의지하고 믿어왔던 은대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강석순의 비열함 앞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과 눈빛을 보냈다. 이승기는 해명하기에 급급, 위악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강석순에게 실망한 은대구의 모습을 충격과 분개가 섞인 감정선과 대조되는 차분한 말투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런가하면 이승기는 감당하기 벅찬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 한없는 위로를 보내는 어수선에게는 사랑에 빠진 달달한 모습을 보였다. 유애연의 자백을 들은 후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힘들어하던 은대구는 어수선을 꼭 끌어안은 채 꾹꾹 눌러왔던 슬픔을 오열로 드러냈던 상황. 신지일을 만난 은대구가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자 어수선은 은대구의 가슴에 반창고를 붙여줬고, 은대구는 그는 어수선을 향해 달콤한 눈빛 레이저를 발사했다. 

특히, 이승기는 서로 다른 인물들과 맞닥뜨려질 때마다 눈물과 오열, 분노와 슬픔 등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어릴 적 엄마의 죽음 이후 평탄하지 못하게 살아왔던 삶의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닥친, 견뎌낼 수 없는 진실에 대한 무게를 감정선의 변화로 그대로 담아냈던 셈. 비극적인 운명을 감내하기 위해 터트려낸 이승기의 폭발적인 호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거워지게 만들었다. 

한편, '너희들은 포위됐다' 18회 방송 말미에서는 은대구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던, 엄마 살인사건의 배후를 알고 있는 강석순이 차 사고를 당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은대구는 강석순을 미행, 유문배(정동환)를 만나고 격분해서 나오는 강석순을 계속 쫓아갔다. 하지만 어디론가 향하던 강석순의 차가 갑자기 나타난 덤프트럭과 부딪혔고 차안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강석순이 "미안하다 지용아..."라며 숨을 거둬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너포위' 이승기, 사진=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