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불법어업선 단호대처-원양수산정책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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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파이후 침울하기만 했던 해양수산부에 지난 23일 모처럼 낭보가 날아들었다.
EU가 우리나라의 불법조업(IUU) 국가 지정을 내년 1월까지 유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EU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6개월 동안 한국과 EU 간에 진행 중인 불법어업 근절 관련 협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는 당초 9월에 불법조업국 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고 우리 정부와 원양업계들은 노심초사해 왔다.
EU發 유예소식에 해수부와 원양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EU가 불법조업국 지정을 예상보다 늦춘 것은 우리나라의 불법조업 근절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 EU의 마리아 다마나키 집행위원은 "2013년 11월 불법어업 예비 비협력국 지정 이후 한국이 보여준 불법어업 근절 대책 및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이 현재 추진 중인 불법어업 근절 관련 조치들의 이행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최종 평가를 할 예정"이라고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로선 EU와 충분한 협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불법조업국 지정에서 비켜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예비 불법조업국' 지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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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불법조업 개선에 박차-EU 수준 제재 강화"
불법조업국 최종 결정 시기가 뒤로 늦춰진 것은 정부의 숨은 노력의 결과다. 해수부는 지난달 EU 실사단 방한 당시 결정 시기를 미루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당장 '불법조업국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얻기 힘든 만큼 예비 불법조업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갖고 EU를 설득해 간다는 입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탈(脫) 불법조업국'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복선도 깔려 있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EU로 수출하는 어획 물량에 대한 확인절차를 강화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위성을 이용한 전자조업일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양어선의 어획실적보고 주기를 월 1회에서 일일보고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원양산업발전법을 국제규범에 맞도록 재개정해 달라는 EU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EU가 자신들과 같은 수준인 불법수산물 가액의 5배, 반복 위반시 8배의 벌금을 부과토록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오자 이도 최대한 반영키로 했다.
EU측 주장을 대폭 받아들인 것은 불법 조업에 대한 근절 의지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법어업행위 근절을 위해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14.1.31 시행)하여 원양어선 위치추적발신장치 설치(‘14.3.20) 및 조업감시센터 설립(‘14.3.28) 등 후속 조치를 충실하게 추진해 왔다. 또한 정부는 원양어업 관련 제도를 국제수준에 맞추기 위해 관련규정 개정, 전자조업일지 도입 등 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EU가 최종 결정을 유예한 것은 이 같은 우리 노력이 일단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불법조업 근절 의지를 충분히 알리고 추가 조치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으로 뒷받침할 경우 EU를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국제 정치 역학관계, 일부 원양 어선의 불법 조업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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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양업계 "불법조업 방지노력 다해"
원양업계에서는 EU의 최종결정 유예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아직 완전히 결론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양협회 관계자는 "업계는 정부 요구대로 불법조업 방지노력을 다 하고 있고 정부도 EU 요구를 다 수용해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예비 불법조업국 지정에서도 벗어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다른 원양업계 관계자는 "EU로 수출을 못할 경우 금액만으로 따지면 그 피해가 막대하지는 않으나 국제 원양업계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가 추락하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 자정노력과 자구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도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조업국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만큼 EU의 이번 결정이 미 상무부의 판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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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불법어업선 단호대처-근본적인 원양수산정책 개혁해야"환경단체들은 이번 EU의 '예비불법어업국 유예' 발표는 근본적인 원양수산정책 개혁을 촉구한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의 입장과는 거리를 보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4일 "한국정부의 불법어업 근절노력이 여전히 미진하다"며 "지난해 개정된 원양산업발전법을 필두로 법제 개혁과 제대로 된 이행에 이르기까지 근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원양산업발전법을 중심으로 한 원양수산정책 개혁 의지와 불법어업선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향후 최종 결정의 판가름에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 일어난 인성실업의 이빨 고기 선박 인성 7호 등의 불법어업 건, 서부 아프리카 근해의 불법어업 선박들, 지난 해 사조 산업 선박의 불법어업 건 등을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우리나라 정부의 불법어업 근절의지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들 선사들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여 불법어업 근절과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불법어업국 최종 지정까지 남은 기간 동안 원양수산정책의 개혁과 이행을 계속해서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와의 공조 노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한국원양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고 있는 유럽의 시민단체 '유럽환경재단(EJF)' 등은 EU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최종결정 유예로 당장 한시름을 덜게 됐지만 우리는 아직 '예비 불법조업국' 상태다.남은 6개월여 정부와 관련업계가 불법어업 근절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행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조업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비로소 '脫 IUU' 염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우리나라가 이번에 불법어업 예비 비협력국 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유럽연합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불법어업 예비 비협력국에서 제외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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