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기자 간담회서 통합 가능성 내비쳐
  •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 연합뉴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 연합뉴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된 이래 두 은행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왔다.

김정태 회장은 3일 정오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도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4년 신년사 등에서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항상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은 "지금 당장 통합한다는 게 아니라,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두 은행의 행장, 직원,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김 회장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 배경은 '5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인식에서다. 통합 이후 '투 뱅크(two bank) 체제'가 지속하면서 하나·외환은행의 경쟁력이 동반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1년 대비 각각 54%, 22% 감소했다. 두 은행을 합치면 감소율은 36%다. 경쟁 은행으로 설정한 신한은행도 금융권 전반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순이익이 줄기는 했지만, 2011년 대비 67%로 두 은행의 실적을 웃돌았다.

은행 이익의 근간이 되는 '구조적 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판매관리비)'을 비교하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구조적 이익이 2011년 상반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하나은행은 31%, 외환은행은 40% 감소해 이익 기반이 더 훼손됐다.

김 회장은 특히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의 통합법인(PT Bank KEB Hana)이 통합 이후 성과를 내는 점을 거론하면서 "역시 금융은 통합해야 비용도 절감되고 좋다"고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전략·재무 담당)은 "투 뱅크 체제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지연된다는 우려가 많다"며 "외환은행은 규모에 비해 너무 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은 강점으로 꼽히던 외국환 부문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 외환은행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1920억원으로 2011년 2180억원보다 260억원(11.9%) 줄었다. 외국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5%로 우리은행(27%)에 추월당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사전 단계로 받아들여지는 카드사(하나SK카드·외환카드) 및 두 은행 중국 법인의 통합도 올해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하나금융은 전망했다.

카드사 통합과 관련해 이 부사장은 "(외환카드 분사) 예비 인가는 받았고, 곧 본인가까지 받아 분사되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작업을 해야 한다"며 "올해 말까지 가능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통합 작업의 가장 큰 변수는 내부 반발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김 회장의 언급은 이런 합의를 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내부 반발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정태 회장은 "회사의 발전을 바라는 진심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 아니겠느냐"며 "진심을 다해 내부 설득을 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 여부도 변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통합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금융위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무산될 것"이라며 "통합 작업이 진행될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