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에 이어 일부 평사원까지 조기통합 촉구계속 얼어붙은 勞心… 어떻게 끌어안을지 관건
  •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연합뉴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연합뉴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이래, 부장과 지점장은 물론 평사원들까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두 조직이 통합을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노조 설득이다. "2·17 합의를 깨는 조직 통합은 결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간부에서 일부 평직원까지 조기통합 지지 나서

외환은행은 본점 부서장 및 팀장으로 구성된 '부점장 협의회'가 조기통합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18일 밝혔다.

본점 부서장들은 행내 인트라넷에 '조기통합 논의에 대한 외환은행 부점장 협의회 입장'이란 글을 올렸다. 게시글을 통해 부서장들은 "조기통합에 대한 김한조 행장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며 "은행장의 조기통합 결단은 KEB 조직과 가족의 미래를 위한 고뇌의 결과"라고 밝혔다.

각 영업본부별 지점장들도 이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7일 경인영업본부 소속 지점장들을 시작으로 12일까지 행내 인트라넷을 통해 조기통합을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지점장들은 "김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과의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해 지금이 조기통합 논의의 적기라는데 공감했다"며 "노조도 조합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경영진과 실리를 확보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달라"고 주문했다.

특이한 점은 평직원 일부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 평직원들 중 외환카드로 전적을 신청한 338명의 직원들이 지난 12일 금융위원장 앞으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간의 통합 승인을 내달라는 요지의 호소문을 전달한 것이다. 간부가 아닌 일반 직원들이 조속한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하나-외환은행간의 통합작업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김한조 행장은 직원들에게 "통합 후 근로조건·고용안정을 보장하겠으며,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직원 '민심'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 "둘 보단 하나"… 전문가들 이구동성

국내외 전문가들이 조기통합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도 조기통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기석 BoA Merrill Lynch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18일 발행한 "Back to normal earnings; time to move for earlier integra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조기통합 추진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통한 비용효율화 달성에 따라 크게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자난달 21일 발행한 "은행의 수익모델 악화 마무리 예상에 부합"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주가가 나머지 은행들을 초과상승하기 위해서는 ROA 개선을 위한 외환은행의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 두 은행의 조기 합병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주주가치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얼어붙은 勞心 어떻게 돌리나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은 노동조합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다.

노조는 "2·17 합의를 위반하는 조기 통합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7 합의란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인수될 당시 하나금융·외환은행·외환은행 노조·금융위원회가 서명한 문서로,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및 행명유지 △5년 뒤 상호합의로 통합여부 결정 △5년간 경영전반의 독립경영 보장 및 지주사 경영간섭 금지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노·사·정 3자가 문서에 서명한 날짜가 2012년 2월 17일이라는 이유로 '2·17 합의'라고 흔히 불린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338명의 직원이 조기 통합을 촉구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5100여 명의 직원이 두 조직의 통합을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서를 역시 금융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율로 따지면 전체 직원의 90%에 달한다"며 "직원 대부분은 여전히 양행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금융위원회의 외환카드 분할 예비인가가 단체교섭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외환은행 측은 "김한조 행장이 노조에 대화를 제의한 횟수만 11차례다. 지난 5일에는 노동조합 사무실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조와의 대화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두 은행의 합병은 노조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조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사실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의 마음을 사측이 어떻게 돌릴 것인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