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사고지역 수산물 구별 안돼 국민 불안 여전

  • 해양수산부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거짓 표시 단속에 나서면서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비교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 원전사고지역 수산물에 대한 국민 불안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연근해 회유성 어종의 서식지역을 의미하는 계군(系群)이 달라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를 구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국민 불안을 종식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1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제수용·선물용 수산물에 대해 원산지 거짓 표시 특별단속을 벌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높아진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분석도 동원할 방침이다.


    ◇분석 가능 품목 39종 불과…분석 인력 태부족, 조사기간도 천차만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수산물의 원산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같은 고기라도 사는 곳 등 서식환경이 다르면 일부 유전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정한 해역 내에서는 개체 상호 간 교배를 통해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므로 유전적 특징이 유사하다.


    하지만 해수부가 이번 단속에 활용하겠다는 유전자 분석이 원산지 거짓 표시를 판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분석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전자 분석으로 수산물 원산지를 판별할 수 있는 곳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국립수산과학원 두 곳이다. 그나마 수산과학원은 연구기관으로 원산지 유전자 분석이 본연의 업무도 아니다. 공공기관 등에서 공식절차를 밟아 의뢰하면 DNA 분석을 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정식 분석인력도 품질관리원은 1명, 수산과학원은 3명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단속기간 등 특정 시기에 분석 업무가 집중된다"며 "인력이 많지도 않아 밀려드는 의뢰를 소화하기 버겁다"고 토로했다.


    조사기간도 사안별로 천차만별이다. 품질관리원은 의뢰가 들어오면 보통 일주일 늦어도 열흘 이내에 분석결과를 회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산과학원 설명은 다르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보통 어종을 판별하는 데는 3~5일이면 되지만, 원산지를 구별하려면 많게는 16가지 유전자 분석을 해야 해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 기간을 고려할 때 추석 명절이 한참 지난 뒤에야 분석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유전자 분석으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적이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2000여 어종 중 분석이 가능한 것은 고등어, 갈치 등 39가지 품목"이라며 "분석 관련 자료 구축이 초보단계여서 극히 일부 어종만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日 후쿠시마지역 수산물 계군(系群) 달라도 유전자 분석 어려워


    해수부는 단속기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인다는 태도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을 해도 원전사고가 났던 일본 후쿠시마지역 수산물을 가려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인 연근해 회유성 어종인 고등어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앞바다에 사는 대마계군과 일본 앞바다에 사는 태평양계군이 있다. 대마계군과 태평양계군은 생활권이 엄연히 달라 태평양계군에 속하는 고등어가 우리 연근해에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계군이 달라도 유전자 분석으로 태평양계군 고등어와 대마계군 고등어를 구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생활권이 다르므로 대마계군과 태평양계군이 서로 다른 유전적 특징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집단 내 유전적 특징이 발현되는 빈도의 차이일 뿐 양 계군의 고등어가 갖는 유전자는 같아서 기술적으로 원산지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품질관리원 관계자도 "일본해역 회유성 어종은 유전적인 특징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해봐야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비교자료가 부족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통과정에서 후쿠시마 해역에서 오염된 수산물의 원산지를 속이더라도 현재로써는 이를 나중에라도 판별해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을 해도 이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다양한 수산물 유통경로에서 통관서류나 거래장부 등 추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