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기 교체, 결정된 바 없는데 중징계 결정 부당""잘못한 것 없으니 문제될 것 없어… 경영안정에 힘쓸 터"
  •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 NewDaily DB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 NewDaily DB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 조치를 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임영록 회장은 1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전산 교체 과정에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 '컨설팅 보고서가 유닉스 기종에 유리하도록 작성됐다'. '은행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등의 금감원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임 회장의 반박은 △시작도 안한 전산교체 프로젝트에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IBM의 공정하지 못한 행위로 KB금융이 위기에 처했다 △부당한 인사개입에 대한 지적은 사실무근이다 등의 내용이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임 회장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기 전, 금감원과 KB금융 측의 치열한 논리싸움이 일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금감원이 논리싸움에서 밀릴 경우,  '원님 재판 식 금융사 흔들기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 회장은 또 경영정상화와 조직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내부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 "결정된 것 없는데… 중징계 처분 부당!"

임영록 회장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아무 이루어진 행위나 결정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범죄에 준하는 무슨 행위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목소리 높여 반박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겨냥해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비난한 것을 맞받아친 셈이다.

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현재 IBM 메인프레임을 쓰고 있다. 아직 유닉스 전환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그는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주전산기 전환에 따른 리스크를 이유로 중징계를 내리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컨설팅보고서가 유닉스 측에 유리하게 작성됐다', '성능 검증 시 1억건 중 400만 건의 오류가 발생됐음에도 이를 숨겼다'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전산이 교체될 것인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논의 중일 뿐인데 확정된 양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완성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13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에 해결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1억건 중 400만 건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건, 100번 가동 시 4번은 에러가 발생한다는 의미인데, 적지 않은 오류를 정말 13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임 회장은 "자동차 개발 과정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 성능 시험 중 에러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고치는 것도 얼마든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에러 발생 건 수 보다는 에러의 내용이 중요하다. 패턴 하나만 고쳐도 수백 번 반복되던 에러가 완전히 고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감독 의무 이행 태만', '임원 인사 부당 개입' 등의 지적에 대해서도 거세게 반박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것 없이 절차가 진행 중인데 감독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은행은 KB금융의 100% 자회사로 양 사 간에 맺은 경영관리규정상 당연엽의사항이다. 경영관리규정에 따라 공식 문서로 처리한 것이 부당 개입이냐"는 것이 임 회장의 반박이다.

임 회장이 이 같은 정면돌파에 나섬에 따라 KB와 금감원 측의 논리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장과 달리 지주사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 결정권은 금감원장이 아닌 금융위원장에게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한 바 있다. KB 건과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전체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징계 결정은 빠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9월 내에는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임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금감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충분한 근거 없는 원님 재판 식 금융사 흔들기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 "이젠 경영안정 도모할 때"

임영록 회장은 또 경영정상화와 조직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여려 차례 "내부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것이 없기에 문제될 것도 없다. 이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안정을 찾을 때"라는 것이다.

그는 "리딩(선도) 금융사로 평가받던 KB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다시 리딩 금융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