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 준하는 짓 저지르고도 책임 지지 않아" 자진사퇴 압박
-
- ▲ 최수현 금감원장이 임영록 KB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 NewDaily DB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두 수장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들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하라"는 뜻을 내비쳤다.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책 경고 확정… 제재심 결정 뒤집혀최수현 원장은 4일 오후 2시 30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최 원장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고, 임영록 KB금융 회장에 대해서도 문책경고 수준으로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경징계 조치를 내렸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처음으로 뒤집은 것이다.최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 행장에게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관련 컨설팅보고서가 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닉스 전환 관련 성능검증 결과 및 소요비용을 이사회에 허위보고한 사실 등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렸다.임 회장에게는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받았으면서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건전한 운영을 저해한 점,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은행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점 등의 책임을 물었다.즉, 이건호 행장에게는 주전산기가 유닉스로 바뀌는 것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허위’가 있었다는 점을, 임영록 회장에게는 유닉스로 바꾸는 작업을 무리하게 강행함으로써 경영 불안을 초래한 점 등을 문제삼은 것이다.◇ '범죄행위 저지르고도 책임지지 않다니'… 최수현, 두 수장에게 사퇴 압박이 자리에서 최수현 원장은 사실상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뜻을 내비쳤다.최 원장은 브리핑 중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철저한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동시에 해소해야 한다'는 등의 격한 표현으로 두 수장을 강하게 질타했다.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확정됐다고 해서 금융기관 수장이 당연히 물러나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중징계가 확정된 인사는 추후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을 뿐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연임은 불가능하겠지만, 당장 옷을 벗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의미다.그러나 최 원장의 이같은 강경한 발언은 사실상 두 수장에 대해 "자진해서 물러나라"는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와 관련 "거취에 대해서는 본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