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없어진 국민銀, 이사회 운영 체제로… 5일 행장대행 선임
  • ▲ 수장 두 명이 동시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이 혼란에 빠졌다. ⓒ NewDaily DB
    ▲ 수장 두 명이 동시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이 혼란에 빠졌다. ⓒ NewDaily DB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상 초유의 동시 중징계를 받음으로써 KB는 혼란에 빠졌다.

중징계를 받은 두 수장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둘에 대한 자진 사퇴를 요구하자 이건호 행장은 중징계 통보 1시간 만에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임영록 회장은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공격' 금감원과 '수비' 임영록… 치열한 논리戰 예상 

은행장에 대한 징계권은 금융감독원장에게 있다. 따라서 이건호 행장에 대한 징계는 지난 4일 확정됐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권은 금융위원장의 권한이다. 최 원장은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 수준으로 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은 이달 말 내려질 전망이다. 따라서 중징계를 관철하려는 금감원과 이를 방어하려는 임 회장 사이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5일 아침 "KB금융의 경영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금융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위 전체회의에 KB 안팎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 '머리' 잃은 국민은행, 이사회 경영 체제로

이건호 행장이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밝히고 떠남에 따라 국민은행의 경영에 공백이 생겼다. 이 행장이 빠진 국민은행은 당분간 이사회 주도로 경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발표하기 직전 KB금융 및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을 만나 면담한 사실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최 원장은 두 수장의 징계를 발표하던 중 "이 자리에 오기 전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 및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이장과 면담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가 막중한 소명감을 가지고 KB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경영 전반에 걸쳐 고객과 시장이 총분히 납득할만한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청했다"고 발언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5일 오후 이건호 행장의 빈 자리를 채울 '행장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 수장 몰아낸 국민銀 노조… '일단 철수 후 재정비'

'관피아 퇴진', '관치금융 철폐'를 주장해 오던 노조와의 갈등은 한 풀 꺾이게 됐다. 국민은행 노조들은 이 같은 구호를 내세워 두 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해 왔다. 특히 제재심의위원회가 둘에 대한 경징계를 내리면서 시위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었다.

그러다가 둘에 대한 징계 수위가 중징계로 뒤집어지면서, 노조들의 시위는 한 순간 멎은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진행되던 시위를 일단 멈추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1노조 관계자는 "추석 연휴 동안 조합 간부들과 함께 향후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역시 대립을 일단 멈춘 모습을 보였다. 현재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 등 제3노조 일부 관계자들은 국민은행 우리사주조합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수장의 중징계가 결정되고 이건호 행장이 물러났으니 자연스럽게 대립은 멈춘 상태인 것이다.

윤영대 위원장은 다만 "제3노조 차원에서의 시위는 일시 정지됐지만,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자신사퇴 여부와 관계 없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노조 측은 여러 차례에 걸쳐 두 수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