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국민은행장 취임… 1년 2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7월 금감원 출석 후, 지친 표정으로 돌아가는 이건호 행장의 모습. ⓒ 유상석 기자
    ▲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7월 금감원 출석 후, 지친 표정으로 돌아가는 이건호 행장의 모습. ⓒ 유상석 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건호 행장은 4일 15시 25분 경, 보도자료를 통해 "이 시간부로 국민은행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브리핑을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한 지 1시간 만이다.

이 행장은 "내 행동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 같다"며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러면서도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건호 행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두고 임영록 KB금융 지주 회장· 국민은행 이사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니, 국민은행을 검사해 달라"며 금감원에 '셀프 신고'를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이 날 이건호 행장과 임영록 회장 모두에게 문책경고 조치를 확정했다.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조치를 지난달 28일 내린 바 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행장은 1년 2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거취와 관련, "아직까지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관피아 철폐', '임영록·이건호 사퇴'를 주장해 온 국민은행 노동조합들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과 이 행장의 사퇴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조합원의 뜻이 모인 결과"라며 금감원과 이 행장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제1노조 관계자는 "관피아 척결을 위한 사우 모두의 뜻이 이번 결과를 이끌어냈다"며 "이제 조직 혼란 등을 막기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역시 "당연하고 바람직한 결과"라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결국 금융감독당국도 현 경영진의 행태가 범죄에 준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현재 임 회장과 이 행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인데,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