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전방위 압박… 이사회, '해임'쪽으로 기울까
  •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출석한 모습. ⓒ 금융위원회 제공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출석한 모습. ⓒ 금융위원회 제공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이번주 중 긴급 이사회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록 KB금융회장의 해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오는 17일 긴급 회의를 열고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 여부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임 회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지 닷새 만에 논의가 진행되는 셈이다.

◇ 임영록 거취, 칼자루는 이사회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임 회장을 겨냥한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경영진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격한 발언으로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최 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를 만장일치로 결의함으로써 사실상 임 회장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 회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직무정지가 결의되던 12일에도 억울함을 주장하는 등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관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임 회장에게 내린 징계는 정직 3개월으로, 그 효력은 지난 12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즉, 오는 12월 12일 오후 6시부터는 다시 회장 업무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만약 임 회장이 법윈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등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복귀는 일시적이나마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 회장의 해임을 결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융당국의 징계와 관련 없는 회사 자체 내의 결정이라, 임 회장이 금융당국과 다툴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임 회장을 퇴출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사회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필수적인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나 KB금융그룹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앞선 지난 5일, 최수현 금감원장도 임 회장의 중징계 건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 의장을 만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만나 "임 회장을 내쫓는 데 협조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오는 17일 긴급 이사회가 열린다는 보도와 관련, 복수의 KB금융 관계자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 ▲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지난 12일 열린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출석한 모습. ⓒ 금융위원회 제공

  • ◇ 금융위·금감원 동반 압박… 이사회의 선택은?

    알려진 바처럼 이번주 중 이사회가 열릴 경우, 사외이사들이 임 회장의 생사 여부를 어떻게 결정내릴 것인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KB금융 이사회는 현재 임 회장과 사외이사 9명의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임 회장이 직무정지를 당해 당분간 사외이사 9명으로 가동된다.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을 위해서는 이사진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사의 직'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만,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과반수의 의결로 가능하다. 만약 17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해임이 의결될 경우, 임 회장은 회장직을 그만두게 된다.

    KB 내부에서는 사실상 이사회가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따라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검찰 고발·감독관 파견·내부통제 정밀진단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데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만나 압력을 가할 정도면 사실상 이 압박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복수의 국민은행 지점장급 인사들은 "지금까지 경영진과 당국이 대립해온 상황들을 되짚어봐도 결국 경영진이 당국의 강경 조치를 꺾은 역사가 없다"며 "이사회로서는 당국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 "임영록 물러나라… 이사회도 책임져라!"

    국민은행 노조들은 현 상황과 관련, "경영진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이 날 성명서를 통해 "임영록 회장은 행정소송 등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즉시 자진 사퇴해 본인의 과오에 대해 스스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낙조 제1노조 위원장은 "직무정지를 받은 임 회장이 자리에 연연한다면 더욱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는 "임 회장은 물론, 그를 추대한 사외이사들도 동반 퇴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영대 제3노조 위원장은 "잘못된 인사는 원래대로 돌려놓는게 옳은 만큼 임 회장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며 "그 임 회장을 추대한 사외이사들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행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