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 심각, 두고볼 수 없어"… 금융위 '만장일치'林 사퇴 거부·중징계 불복… "소송해서라도 진실 밝힐 터"
  • ▲ 12일 개최된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모습 ⓒ 금융위원회 제공
    ▲ 12일 개최된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모습 ⓒ 금융위원회 제공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3개월 간 회장 및 KB금융 이사로서의 직무를 정지 당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청사에서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의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번에 내린 징계는 금융감독원이 건의했던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다.

금감원이 ‘문책경고’를 건의할 당시부터 중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해 온 임 회장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정면 대응 태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금융위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까지 진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 ▲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에서 발언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 제공
    ▲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에서 발언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 제공

  • ◇ "보통 문제 아냐"… 금융위, 만장일치 중징계 의결

    금융위의 이번 의결로 임영록 회장의 직무는 12일 오후 6시부터 3개월간 정지된다. 

    이 날 열린 정례회에서 수정의결은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금융위는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며 이로 인한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금감원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직무정지 의결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발표에 따르면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으면서도 법령 준수 및 사업 추진의 비용과 위험요소 등에 대한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한 점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국민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왜곡을 야기한 점 △주전산기 교체사업에 관한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한 점 △동 사업과 관련,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직원들 간에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등이 이번 중징계의 원인이 됐다.

    이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밝힌 중징계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사실상 금융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 ▲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에 출석한 임영록 KB금융 회장(가운데). 그는 이 날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 금융위원회 제공
    ▲ 제16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에 출석한 임영록 KB금융 회장(가운데). 그는 이 날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 금융위원회 제공

  • ◇ "내가 왜 나가?"… 임영록, 사퇴 거부 의사 관철

    금감원이 건의했던 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중징계가 확정된 임영록 회장은 이번 결정을 불복하고 사퇴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날 오후 2시 금융위에 출석한 임영록 회장은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회의장에 출석했다.

    2시간 가량 지나 회의장을 나온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 소명했다"며 "만약 중징계 결정이 내려질 경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KB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행정소송과 같은 법적 절차를 거쳐서라도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것"이라는 임 회장의 입장을 전달했다.
     
    임 회장은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주 전산기 관련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이와 관련 국민은행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없다"며 중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한 바 있다.

    ◇ 직무 정지 당한 임영록, 앞으로 어떻게?

    임영록 회장의 직무 정지로 KB금융은 경영공백 상태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비상체제 가동을 통해 경영공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금 이 시각부터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정찬우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고 KB금융지주와 은행 등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감독관을 파견한다는 것이 KB금융의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경영 활동은 (이사회가 주축이 돼) 자유롭게 하되,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산사고 등 돌발 리스크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 회장은 3개월의 기간이 지나는 오는 12월 12일 18시부터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임 회장이 이번 직무정지 의결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임 회장은 그 전이라도 일시적이나마 복귀 가능하다.

    "3개월 후에 임 회장이 복귀할 경우, 그에 대해 사퇴를 요구할 셈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금융위 측은 "법적으로 그럴 권한도, 임 회장이 받아들일 의무도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