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23억 달러-가스·광물公 2.5조 손실... 한전 "46개 출자사 매각-전기판매 개방"
  • ▲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인 새누리당 공기업 개혁 공청회ⓒ연합뉴스
    ▲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인 새누리당 공기업 개혁 공청회ⓒ연합뉴스

  • ▲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인 새누리당 공기업 개혁 공청회ⓒ연합뉴스
    ▲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인 새누리당 공기업 개혁 공청회ⓒ연합뉴스

    에너지 공기업들에게 "능력이 없으면 사업에서 손을 떼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국내외 271개 출자회사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손실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과 가스·석유·광물·석탄공사 등 11개 에너지 공기업들의 지난해말 기준 부채 규모는 172조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 523조의 32.9%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늘어난 빚만도 81조원으로 공공기관 전체 증가분 185조원의 43.7%를 차지했다.

     

  • ▲ 에너지 공기업 부채 현황ⓒ제공=새누리당
    ▲ 에너지 공기업 부채 현황ⓒ제공=새누리당

     

    한전이 95조로 가장 많았고 가스공사 32조, 석유공사 18조, 광물공사 2.3조, 석탄공사 1.5조 등으로 모두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하지만 경영성과는 매우 초라한 실정으로 새누리당이 새롭게 마련한 '지분율 50% 이상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즉각 퇴출대상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지난주 공기업 개혁안을 발표한 새누리당은 이들 회사에 △자회사 정리 △주요 사업이나 지분 민간이양 △해외사업 제한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 ▲ 40억달러에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제공=산업부
    ▲ 40억달러에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제공=산업부


    ◇  석유공사 M&A 손실 '23억 달러'..."민간에 다시 배워라"

     

    30개의 해외법인에 지분을 출자해 사업을 확장해 온 석유공사는 수익 예측 실패 등으로 인한 부실경영의 오명을 쓰고 있다.

     

    석유공사는 손대는 사업이나 M&A 마다 실패를 거듭해 '마이너스 손'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2008년 이후 M&A사업 부문에서만 입은 손실이 23억 달러가 넘는다.

     

    2009년 석유공사가 4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캐나다 석유정제회사 하베스트에너지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사는 패키지 인수 조건으로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날(NARL)까지 1조원을 들였지만 날에서만 해마다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섬에 위치해 입지여건도 좋지 않은데다 1971년에 설립돼 장비들도 노후화된 형편으로 앞서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 패트로캐나다가 이 회사를 1986년에 단 1달러에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석유공사는 최근 날을 노스아틀랜틱 리파이닝이라는 회사에 9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달러 짜리 회사를 1조에 인수해 900억원에 팔면서 9000억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2012년 석유공사는 90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 ▲ 석유공사 울산 신사옥 조감도ⓒ뉴데일리 DB
    ▲ 석유공사 울산 신사옥 조감도ⓒ뉴데일리 DB

     

    이 기간 무디스가 평가한 석유공사의 신인도는 A1(5등급)에서 Ba2(12등급)로 7단계 추락했다.

     

    새누리당 공기업 특위는 앞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시 앞으로 20% 이상 투자하지 말 것과 민관합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능력이 없으면 민간 밑으로 들어가 일을 다시 배우라는 얘기다.

     

  • ▲ 2011년 열린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기공식ⓒ
    ▲ 2011년 열린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기공식ⓒ

     

    ◇ 가스-광물公 투자손실 '2.5조'..."민간에 넘겨"

     

    가스공사는 캐나다 엔카나사의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 손실액이 이미 7000억원을 넘어 투자액의 75%를 다 날린 상태다.

     

    호주에 설립한 KOGAS Australia는 3년 연속 536억원의 적자가 났다.

     

    광물자원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에서만 무려 1조74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애초 지분 12%만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주관사가 PF에 실패하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70%까지 인수했지만 오히려 부실규모만 키우고 있다.

     

    11억 달러를 투자한 암바토비 니켈 개발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의 눈에 비친 광물자원공사의 능력도 한심, 그 자체다.

     

    무디스는 광물자원공사의 신인도를 2010년 A1(5등급)에서 올해 B3(16등급)로 무려 11단계나 낮췄다.

     

    특위는 니켈과 구리 광산의 지분을 국내 업체에 조기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운영역량에서 한계를 보이는 등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 ▲ 해외광산모습ⓒ광물자원공사 홈페이지 캡처
    ▲ 해외광산모습ⓒ광물자원공사 홈페이지 캡처

     

    실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전문인력은 각각 178명과 334명으로 글로벌 에너지기업 한개 회사당 전문인력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사업에서도 운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셰일가스에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형편에서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규모는 작지만 석탄공사도 2010년 수익창출을 통해 경영개선하겠다며 24억원을 출자해 한몽에너지에 설립했지만 지속적으로 당기 순손실 상태다.

     

  • ▲ 한전과 자회사들ⓒ뉴데일리 DB
    ▲ 한전과 자회사들ⓒ뉴데일리 DB


    ◇ 한전 母子회사 해외서 황당 입찰경쟁..."46개 출자사 매각-전기판매 개방"


    모회사가 자회사와 해외에서 입찰경쟁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한전과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숨셀 석탄화력 프로젝트에 개별적으로 입찰을 추진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도 칠레 켈라 석턴화력 프로젝트에 한전과 남부발전이 각각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전에 자회사에 대한 경영통제권한이 없기 때문이지만 공조체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전과 자회사는 인도네시아에 별도로 11개의 지사를 운영하며 경쟁하고 있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해외지사는 전세계에 무려 12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경영성과는 바닥이다. 한전이 설립한 한전중동회사는 3년간 100억원의 손실이 난 상태고 서부발전의 KOWEPO의 3년 투자수익률은 -17%다.

     

    2013년 기준 한전과 발전자회사(한수원, 발전 5사) 부채규모는 자본의 2배에 이르는 105조원. 이대로라면 2017년엔 1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새누리당 공기업 특위는 출자회사 46개의 지분을 우선 매각하고 순자산 규모가 각각 약 3조∼4조원에 이르는 발전 자회사의 상장 및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해외사업 추진시 한전과 발전자회사간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신규발전사업은 발전자회사가 한전은 송배전이나 판매사업위주로 참여하는 식으로 조정토록 제안했다.

     

    현재 발전5사를 3사 체제로 개편해 경영 효율성을 기하고 업무효율성을 위해 지역본부 형태로 통합운영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어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한전이 독점하는 전기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