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뱅크월렛카카오' 출시에 은행들 전자지갑 중단·통합 속출
  • ▲ 뱅크월렛카카오가 출시되면서 전자지갑 서비스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 연합뉴스
    ▲ 뱅크월렛카카오가 출시되면서 전자지갑 서비스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 연합뉴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 ICT)의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자지갑' 서비스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ICT업체 다음카카오가 전자결제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면서, 은행들은 기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뱅크월렛카카오와 통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8일부터 KT와 공동으로 운영해온 전자지갑 서비스 '주머니(ZOOMONEY) 앱' 사업을 종료한다고 11일 밝혔다. 주머니 서비스가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주머니 서비스는 가상계좌와 휴대폰 문자(SMS)를 이용해 현금을 송금·인출하는 선불형 전자화폐 서비스로, 지난 2012년 1월 시작됐다. 출시 2년 10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셈이다.
 
주머니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것은 사업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뱅크월렛카카오라는 유사 서비스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현재 주머니 서비스의 총 회원수는 45만명, 실제 충전고객 수는 10만명이며, 월 평균 이용건수는 약 1만2000건이다. 신한은행의 실질 활동 고객이 800만명을 웃돌고, 2년 이상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자사의 전자지갑 서비스 'N월렛'을 뱅크월렛카카오와 통합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N월렛 서비스를 중단한다기 보다는 고객의 편리를 위해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에 N월렛을 통합하게 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전자지갑 서비스의 흥행이 저조한 것과 관련, 은행권에서는 기반의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우선 개별은행이 개발한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점이 거론된다. 앱을 내려받는다 해도 전체 사용자가 적어 다른 사람들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것도 이유다. 한마디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자지갑 시장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은행의 고객 기반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서비스 중단을 결정한 것도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전자지갑 시장 자체가 커져, 그 고객들이 기존 은행들이 운영하던 전자지갑 서비스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은행권이 쥐고 있던 전자지갑 서비스의 주도권이 IT업체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 중, 눈에 확 띌 만한 선도적 전자지갑 사업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전자지갑 서비스의 주도권 자체가 IT업체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주도권이 넘어간다고 보기 보다는 두 분야가 융합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