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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들이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놓고 잇따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정규직 과보호에 이어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발언으로 여론에 불을 지핀 가운데 마침내 용어조차 생소한 '중규직' 도입 방안까지 흘러나오자 참다못한 고용노동부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연일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한 예민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4일에 시작됐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정규직을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기재부는 곧바로 "구체적인 대책의 내용은 고용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고용부는 "담당 국장 등과 만난 적도 없고 관계부처와 협의한 바도 없다"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해명자료로 반박했다.
이 국장의 발언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기름에 불을 부었다.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가진 기재부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최 부총리는 "정규직은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은 덜 보호다하보니, 기업이 겁나서 정규직은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상황"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급기야 1일에는 '중규직 도입' 방안까지 언론에 노출됐다.
주목할만한 것은 기재부發 잇따른 보도가 모두 기자간담회나 세미나 등에서 기재부 관계자의 언급을 빌어 보도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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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언론을 상대로 장사나 하는 꼴"이라는 고용부 쪽의 격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도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언급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옳지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29일 이기권 고용부 장관과 청계산에서 산행을 했던 김동만 한국노총위원장 역시 "기재부가 밝힌 것처럼 정규직 고용이 경직된 곳은 정부와 극소수 대기업 뿐"이라며 기재부의 인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실 고용부 내에서는 기재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이미 지난 6월 세법개정안 당시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수령할 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재부의 방안에 불만이 적지 않았었다.
국정과제를 놓고 협업해야할 정부부처들이 연일 삐걱거리는 모양새는 영 보기가 좋지않다. 특히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정규직-비정규직 대책 마련이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설익은 정책을 관련부처와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리는 기재부의 행태는 더더욱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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