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업계에서 인도계 천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최연소 상무 승진자인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1981년생), 래리 페이지에 이어 '구글 2인자'로 불리는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1972년생) 구글 부사장, MS의 3번째 CEO(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1967년생)가 그 주인공이다.
유년시절을 인도에서 보낸 이들은 성년이 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수의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뒤 글로벌 IT기업에 취업해 활약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외국인 최연소 임원 프라나브 상무, '웨어러블, 증강현실' 전문가 -
삼성그룹은 지난 4일 2015년 임원인사에서 올해 33세인 프라나브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외국인 임원 중 최연소다.
그는 인도 니르마 공대(Nirma Institute of Techonolgy)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2007년 미국으로 건너와 MIT 미디어랩 유체 인터페이스 그룹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그는 오랫동안 연구해 온 가상기술 프로젝트 '식스센스(6th Sense)'를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지는 그를 '2000년 35세 이하 젊은 혁신가'(2009 Young Innovators under 35)로 선정했으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으로부터 '2013년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는 등 차세대 IT 천재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다수의 글로벌 IT기업의 러브콜에서 볼구하고 2012년부터 삼성전자 미국 연구소에 합류해 싱크탱크팀(Think Tank Team)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프라나브 상무는 삼성 '갤럭시 기어' 혁신모델을 제안했고 360도 3차원(3D) 영상 촬영 카메라 등 혁신적인 사용자경험(UX)을 개발한 '웨어러블', '증강현실'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은 기어 시리즈로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나 최근 애플과 LG전자 등 후발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바짝 따라오자 세계적인 시계 명품업체와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웨어러블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스위스 바젤로 출국해 현지 명품 시계 업체들과 미팅을 갖고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롬 개발 주도한 '구글의 2인자' 선다 피차이 부사장 -
선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은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조직 개편을 통해 래리 페이지 구글 CEO를 잇는 '구글의 2인자'로 우뚝 섰다. 2012년 구글 앱스, 지난해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맡은 것에서 입지를 확대해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대부분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입사 10년 만의 고속 승진이다.
인도 타밀나두 출신인 피차이 부사장은 인도공대(IIT) 카라그푸르 공대를 졸업하고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과 재료공학 석사,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후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서 개발자를 거쳐 컨설팅회사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다.
2004년 구글에 합류한 피차이 부사장은 지난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으며 PC 전용 크롬 운영체제(OS)도 선보였다. 또한 구글 드라이브, 구글 지도, 지메일, 크롬 운영체제(OS) 등 사업을 맡았으며 작년부터는 안드로이드 사업도 담당해 왔다.
업계는 피차이 부사장이 개발과 경영을 겸할 수 있고 리더로서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인사이트를 갖춘 점 등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또한 피차이 부사장은 개발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부드러운 성격을 가졌으나 업무에 있어서는 특유의 끈기와 강단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피차이는 구글 검색의 위기를 의식하고 크롬 브라우저를 개발 당시 상사들을 직접 설득해가며 개발 업무를 주도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클라우드'·'모바일' 우선 -
올해 2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스티브 발머 MS 전 CEO에 이어 3번째로 CEO 자리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 CEO는 개발자 출신으로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는 인도 중부 도시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나 망갈로르대 산하 마니팔 공과대학에 입학해 전자통신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이후 1990년 위스콘신 밀워키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던 중 1992년 MS에 입사했다.
나델라 CEO는 MS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검색엔진 '빙(Bing)' 총괄, 비즈니스 사업부 부사장, 온라인 서비스 연구개발(R&D) 사업부 부사장을 맡았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MS의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는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부사장을 지내는 등 차분히 MS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올초 CEO 취임 후 그는 '클라우드·모바일 우선(Cloud first, Mobile first)'을 MS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MS의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7월에는 MS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1만800여명을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는 한편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휴대폰 생산을 중단하고 스웨덴 인디게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을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델라 CEO에 대해 "장기적으로 가장 필요한 사업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개발자 출신 CEO"라고 평하며 향후 나델라가 이끌어나갈 MS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IT업계가 인도인에 열광하는 이유세계 IT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계 인력들이 일찍이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고 있다. 구글, MS, 애플, 어도비 등 글로벌 IT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거의 인도인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우수한 인도계 IT 엔지니어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 출신들이 IT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인도계 이공계열 인재들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의 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매년 70만명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일본의 7배 수준이며 국내의 3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들은 이공계 출신 인재를 선호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반대로 공대 진학을 점차 피하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IT 업계에도 해외 출신 인력들이 내국인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매년 25만명 내외"라면서 "이마저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발전의 핵심은 인재 육성이다. 최근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IT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IT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IT 인재 육성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국내 IT 업계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