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력·구조 그대로…기존 업무 병행으로 과부하 호소재탕 민원 많아 행정력 낭비·부실 재조사 우려도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관리 비리 등을 막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고소만 설치했을 뿐 실질적인 조사업무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있어 일선 시·군·구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가 접수하는 일부 신고 내용은 해당 지자체에서 해결되지 않은 재탕, 삼탕 민원이어서 이중, 삼중 조사에 따른 행정력 낭비와 함께 중복 민원 처리에 따른 부실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9월부터 주택건설공급과에 '공동주택 관리 비리·부실감리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한 결과 지난달까지 총 22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64건은 조사를 완료해 1건은 고발, 4건은 과태료 부과, 6건은 시정조치 등의 조처를 했다.


    신고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회계운영 부적정이 79건(35%)으로 가장 많고 공사 불법계약 등 사업자 선정 지침 위반 73건(33%),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운영 부적정 30건(14%) 등의 순이었다.


    국토부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이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입증할 수 있으면 해당 지자체에 신고사항을 조사하도록 지시한다. 지자체는 한 달 이내 조치 결과를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짧은 기간 안에 30%에 가까운 신고를 처리했다"며 "정부의 공동주택 관리 비리 척결 의지가 널리 표명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토부 지시로 조사에 나서야 하는 일선 지자체는 인력 부족으로 말미암은 업무 과부하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전담 신고소가 국토부에 설치됐지만, 실제 조사 업무는 전적으로 일선 시·군·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 50여만명의 A시는 주택담당 부서 직원 3명이 기존 업무와 함께 국토부가 지시하는 신고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 지역 내 아파트 단지는 600여개로 공무원 1명이 아파트 단지 200곳을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실질적인 조사는 지자체가 하는데 조직·인력은 그대로여서 기존 행정업무를 병행해야 한다"며 "주거형태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섰고 관련 민원은 해마다 2배 이상 폭증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일선 지자체의 행정력 낭비와 부실 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가 조사를 지시하는 신고사항 중 이미 해당 지자체에서 제기됐던 민원의 재탕, 삼탕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충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 분쟁은 입주자 간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가 많아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시·군·구에서 해결 안 되면 시·도, 국토부 등으로 민원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지자체에서 이미 결론이 난 민원이라도 국토부가 지시하면 재조사할 수밖에 없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조사를 대충 마무리한 채 과거 자료를 정리해 보고하고 있어 부실 조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완료된 신고내용 중 75%쯤은 조사결과 신고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관련 규정 등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하지만 당장은 신고 민원을 외면할 수 없고 1년쯤 지나 신고에 허수가 많다고 판단되면 제도 개선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아파트 관리 분쟁이 모호한 규정 때문에 빚어진다며 관련 법령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법령상 해석이 명확한 것은 공무원이 판단할 수 있지만, 해석이 모호한 규정이 있어 분쟁을 키운다"며 "(아파트 관리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관련자들의 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만 해도 분쟁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