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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터넷에는 가방 고르기부터 진로선택까지 "결정장애입니다,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게시물들이 넘쳐난다. 결정장애에 대한 트렌드 보고서까지 발표되는 상황이다.

    중대한 문제도 아닌데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남에게 선택을 미루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때가 되면 누구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른 것을 포기하더라도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내야겠다는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단을 앞두고 필요한 것은 어느 것이 더 이득일지 따지는 '영악한 머리'가 아니라, 절대 놓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용감한 심장'이 아닐까?"

    김낙회 전 사장은 결단력도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이른바 '을의 숙명'을 타고난다는 광고쟁이로 40년을 살았다. 그 중 6년은 결단이 곧 직업인 CEO로 살았다. 날마다 '갑과 을'을 아우르는 복잡하고 예민한 결정에 부딪혀야 했다.

    그 과정에서 현명하게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지킬 것과 내려놓을 것을 구분하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결단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변화의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차이는 우리가 그 변화를 인식하느냐 아니냐, 혹은 그 변화에 능동적이 되느냐 수동적이 되느냐일 뿐이다. 상황이 변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살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과연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이들에게 김 전 사장이 해주고 싶은 조언은 '나만의 원칙을 고민하라'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면 그 외의 것들은 과감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김 전 사장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해내기 위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마다 일곱 가지의 질문을 곱씹었다고 밝힌다. 

    그 일곱 가지의 질문이란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인가, 자부심을 지키는 것인가 △원칙 있는 융통성인가, 원칙 없는 방종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 △정보만 보는가,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가 △아이디어일 뿐인가, 실현 가능한 솔루션인가 △말뿐인 솔직함인가, 투박한 진정성인가 △위계를 위한 문화인가, 사람을 위한 문화인가 등이다.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다 보면 어느새 결단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수 있고, 소신과 어긋나는 결정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질문에 답하며 원칙을 세워가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그럴 때마다 김 전 사장이 찾은 것은 인문고전들이었다. 수천 년 축적된 인류의 지혜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지식과 지식을 연결해 ‘트랜스’하려는 노력, 그리고 통찰력을 다시 완결된 이야기로 풀어내는 훈련이 더해지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이 책에는 그러한 훈련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깨알같이 담긴 다양한 문학, 역사, 철학, 그리고 경영학 이야기는 읽는 재미는 물론 통찰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알고 있는 지금과 알 수 없는 미래,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대답하기가 어렵다면 다른 말로 해보자. 살아온 날이 중요한가, 살아갈 날이 중요한가?" 최근에 출간한 저서 '결단이 필요한 순간'(센추리원 펴냄)은 그 원칙과 고민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
    저자 김낙회 (前제일기획 사장) 지음
    센추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