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보증의사 확인 않았다면 책임 없어
  • ▲ 인감 날인과 인감증명서가 첨부됐다는 이유 만으로는 연대보증 의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 연합뉴스
    ▲ 인감 날인과 인감증명서가 첨부됐다는 이유 만으로는 연대보증 의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 연합뉴스

    [연대보증인 A]

    몇 년 전 제 친구 C가 B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돈을 빌린 적이 있습니다. 변제기한이 다가왔지만 갚기 어려웠던 C는 기한연장을 신청했고, 신용조합은 C에게 연대보증인을 요구했습니다. C가 간곡히 부탁하므로 저는 그에게 대출관련서류에 인감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와 함께 건네주었습니다.

    문제는 C의 다른 친구 D였습니다. D도 B신협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이 때 C가 보증을 섰다는 겁니다. C는 저에게 묻지도 않은 채 자신과 저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D의 대출을 도왔습니다.

    그 후 D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채 장기 연체하자, B신협은 제 소유 아파트를 압류한 후 경매에 넘겨버렸습니다.

    정말 억울한 일입니다. C에게는 저와 D가 모두 친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D를 알지 못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제가 보증을 섰을 리 만무합니다.

    B신협이 저에게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저에게 전화통화로 보증의사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고, 자필로 된 확인서를 요구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전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D의 대출에 대한 보증책임이 없으므로, 이 같은 강제경매 조치는 부당합니다.

    [B신용협동조합] 

    A로부터 직접 자필 및 날인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상적 업무 처리관행에 따라 차주(돈 빌린 사람 : D)에게 대출서류를 교부해 보증인의 자서날인을 받아오도록 했습니다.

    또 관련 서류의 인감이 채무관계자 A, C의 정당한 인감과 일치함을 확인했습니다.

    저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한 것입니다.


    [해설] 

    B신협은 대출관련 서류에 A씨의 인감도장이 날인돼 있고 인감증명서도 첨부돼 있으므로 A씨의 보증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증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당안히 그 전제로서 보증인의 보증의사가 있어야 하고, 보증은 이를 부담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보증의사의 존재나 보증범위는 엄격히 제한해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대판 1998.12.8., 98다39923)를 남긴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입장도 유사합니다. B씨가 D씨에 대한 연대보증의사를 확인했다고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경우, 인감도장이 날인되고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사실 만으로는 D씨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2000.2.15., 조정번호 제2000-11호)입니다.

    통장에 들어있는 예금을 찾을 땐, 통장과 예금주의 신분증, 예금주의 도장을 지참하면 금융기관은 누구에게든 예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증계약은 전혀 다른 문제라, 더욱 엄격한 주의의무를 요구한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