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 관행 근절 방책… 중소기업중앙회 요청으로 만들어져
  • ▲ 예·적금 가입이나 기프트카드 구매 등을 한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을 제한토록 한 제도는 '꺾기'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 연합뉴스
    ▲ 예·적금 가입이나 기프트카드 구매 등을 한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을 제한토록 한 제도는 '꺾기'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 연합뉴스

    [Q]

    거래처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평소보다 추석이 이른 탓에 벌써부터 거래처에 돌릴 추석 선물을 고심하고 있는데요, 은행에서 발행하는 '기프트카드'를 알게 돼 이걸 사 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거래은행 창구를 방문한 후 마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은행 측에서 "기프트카드를 구매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내밀면서 서명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언제 돈을 빌려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는 자영업자라, 선뜻 이런 내용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창구 직원에게 "왜 이런 게 필요한 것이냐"고 물으니, 금융당국이 '꺾기'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이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적금 상품 가입자나 기프트카드 구매자 중 정말로 대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소비자 불편을 끼치는 이런 규제를 금융당국이 폐지할 뜻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A]

    '꺾기'란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에게 해당 은행의 상품 구매를 강제하는 관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금이 급하게, 절실하게 필요한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일부 은행과 은행원들이 만들어 낸 잘못된 관행이지요.

    금융당국은 이같은 꺾기 관행을 단속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독자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예·적금 가입자 또는 기프트카드 구매자에게 일정 기간동안 대출을 금지토록 하는 규제인데요.

    시중은행에 확인한 결과 이런 규정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도 어쩔 수 없다며 울상입니다. 금융당국이 하지 말라니, 소비자들이 불평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와 관련,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이 요청해서 만들어진 규제다. 중소기업이 요청하면 언제든 풀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성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꺾기 규제를 하면서도 예외 규정을 두었답니다. 원칙적으로 예·적금 등의 상품에 가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은행의 강요가 아닌, 대출자의 자유 의사로 거래가 이루어 진 것'이라는 각서를 써서 내면 대출을 허용해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효성의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은행 측이 각서를 쓸 것을 요구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이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예외 조항을 없애달라"고 요청해왔고, 금융당국은 이를 그대로 반영해 현재와 같은 규제가 생겨났다는 것이 최 국장의 설명입니다.

    즉, 중소기업의 요청으로 생긴 규제니,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중앙회가 결의해서 해당 규제를 없애 달라고 요청하면 금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언제든 폐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꺾기로 인해 발생할 피해자를 막기 위한 규제인 만큼, 이를 당장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