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뉴데일리 DB
    ▲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뉴데일리 DB

     

    공정위의 기업결합승인을 기다리는 기업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2~3년이 넘도록 하염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수백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굵직한 M&A건만도 10여건에 달하고 관련 기업도 20여개가 넘는다.

     

    어렵사리 이룬 인수·합병 효과가 떨어진다며 기업들은 아우성이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신중하다. 대부분 시장점유율이 50~90%에 달해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쟁제한을 해소하면서 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해법이 긴요하다.

     

  • ▲ 다음카카오도 여전히 독과점의 덫에 걸려 있다ⓒ
    ▲ 다음카카오도 여전히 독과점의 덫에 걸려 있다ⓒ


    ◇ 삼성-한화, 다음-카카오, 롯데-대우百 '독과점의 덫'

    삼성-한화, 다음-카카오, 삼양-효성, 롯데백화점-포스코(대우백화점), MS-노키아, AMAT-TEL, 세아-포스코특수강, 현대제철-동부특수강, 동국제강-유니온스틸...목이 빠져라 공정위만 쳐다보는 국내외 M&A 기업들이다.

     

    이중 삼성-한화의 방산·화학 빅딜이 가장 큰 관심사다. 금액만도 2조원에 육박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데다 재벌그룹간에 자발적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걸림돌은 삼성 노조의 반발과 공정위의 승인여부다.

     

    한화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화학 계열 2개사를 인수할 경우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판단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공룡 IT기업 다음카카오도 '독과점의 덫'에 걸려있다. 시총규모 10조, 가입자 3400만명, 메신저 점유율 92% 이상의 거대 공룡기업 탄생이 모든 IT 온라인 산업을 통째로 빨아들일 것이라는 블랙홀 염려가 그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대(Rent)를 통한 '약탈적 경쟁'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 ▲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옷을 갈아입을 대우백화점ⓒ뉴데일리 DB
    ▲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옷을 갈아입을 대우백화점ⓒ뉴데일리 DB

     

    포스코로부터 인수한 대우백화점을 롯데백화점 마산점으로 바꿔 개점하려던 롯데쇼핑의 계획도 틀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업결합을 신고했지만 역시 독과점 논란에 휩쌓여 있다.

     

    이미 롯데백화점 창원점이 지역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으로 또 하나의 롯데백화점 등장은 경쟁제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공정위에 숙제안긴 삼양-효성패키징, MS-노키아, 에테리스

    삼양홀딩스의 효성패키징+삼양패키징 합병은 사모펀드(PEF)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M&A로 공정위에 숙제를 안겼다. 업계 3위 업체가 240억원을 들여 5000억원의 1+3위 경영권을 가져가는 독특한 모델로 시장점유율은 45% 수준이지만 내부거래와 협상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매각과 합병, 2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곧바로 치고 빠지고 삼양이 SPC 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통째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 MS-노키아 결합승인도 2년째 진전이 없다ⓒ뉴데일리 DB
    ▲ MS-노키아 결합승인도 2년째 진전이 없다ⓒ뉴데일리 DB

     

    MS와 노키아 결합건은 스스로 시정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동의의결신청까지 했지만 공정위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않는 케이스다.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에 대해 발생 원인과 자율적 통제 가능성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벌써 두 해를 훌쩍 넘겼다.

     

    특이한 것은 국내기업들의 반응이다. 다른 M&A건에 대해서는 승인을 재촉하면서도 MS-노키아 결합에 대해서는 최대한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1위와 3위 장비기업의 새로운 합병 법인인 에테리스(Eteris) 심사도 길어지고 있다. 두 회사는 시장점유율이 30% 수준이라는 주장이지만 국내 장비업계는 실질 점유율이 50%가 넘는다고 보고 있다. 장비기업 고사는 물론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공정위의 고심이 깊다.

     

  • ▲ MS-노키아 결합승인도 2년째 진전이 없다ⓒ뉴데일리 DB


    ◇ 공정위 "독과점 우려 해소해야"

    공정위는 늘 조사와 심사, 의결이 늦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지만 M&A 심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우선 모든 기업들의 M&A가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어한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군, 그 가운데 특히 경쟁제한적 요소가 많은 M&A가 대상이며 결합 신고전후 보완 보정기간을 두고 기업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심사기간도 법정기일을 준수해 대부분 120일 안에 승인·조건부 승인·불승인을 결정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해 평균 500~600건씩 접수되는 공정위 결합심사에서 99%가 그대로 승인을 받고 있다. 1%의 덫에 걸리는 기업들은 각종 경쟁제한성 우려를 채 해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 맞교환 및 인수합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빚어지는 독과점으로 공정거래를 해치고 해당 비용을 경제주체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막아야 한다.

     

    공정위가 시장경제 파수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M&A를 통한 기업들의 혁신도 적극 지원하고 독과점 폐해도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는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