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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수요 위축이 아닌 유가하락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빚어지는 저물가에 금리정책으로 대응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로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의 하단에도 못 미치지만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큰 폭 인하하지는 않겠다는 것.
한은은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저인플레이션 지속 현상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은 발생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런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 2년간 3차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완화적 통화기조가 유지됐다고 평가하고, 공급 측면의 하방압력 때문에 빚어진 저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어 정책대응에 신중을 기해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작년 하반기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기보다 1.2% 오르는 데 그쳤지만, 품목별 변동요인을 보면 석유류와 농산물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률을 0.7%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지수는 2.6%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은은 저물가가 장기화한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구조의 변화, 성장과 물가간 연계성 약화 등의 영향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예를 들면 금융위기 이후(2009∼2014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위기 이전(2000∼2007)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졌고 구직단념자도 크게 증가하는 등, 노동과 자본의 투입 부진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5%내외에서 3%대로 하락했다는 추정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물가안정 목표의 하단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2012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지면서 1998년 물가목표제 도입이후 최장 연속 이탈 기록을 냈지만, 목표를 당장 바꾸기 보다는 물가흐름의 구조적 변화와 중장기 예상 흐름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변화와 관련된 연구는 시계열이 확보되기 시작한 최근에야 가능해져 관련 연구가 초기 단계"라면서 외국도 물가목표 하회 상황만을 근거로 목표를 변경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목표를 바꾸지는 않고 추가 연구를 진행, 그 결과에 맞춰 오는 2016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물가안정 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