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후 원·달러 환율 48.5원 치솟아국내 정치불안 잔존·트럼프 트레이드 확산 가능성, 환율 상승 압력전문가들 “심리적 저항선 무너져… 내년 1500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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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다고 해도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 방어선이 1500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 비상계엄 사태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불안이 새해에도 반복되거나 혼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원화 가치를 짓누를 수 있는 요인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51.4원)보다 5.4원 내린 1446.0원에 개장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약화 등으로 1440원대로 내려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 19일 1450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이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11월 초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원·달러 환율은 1375원대에서 1411원까지 급격히 올랐다. 

    또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충격까지 더해져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달러 수요를 높이고 환율을 끌어올렸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3조2893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02.9원에서 1451.4원으로 48.5원이나 뛰었다.

    아울러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달러는 강세를 보이며 1 달러당 1450원대로 올라섰다. 연준은 이달 FOMC 이후 새롭게 공개한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 내외 금리 차가 추가로 확대될 경우 자본 이탈 압력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환율 상승 압력도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연말과 달리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는 새해 초 ‘트럼프 트레이드’가 확산할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과는 상관없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내년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세로 외환보유액만 소진하고 환율 상승세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로 조만간 4000억 달러를 하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4692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다만 당국에서는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밑돌더라도 외화 건전성이나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한국국제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지난 2022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는 등 단기간 급등했지만 과거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4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액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성평가로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굉장히 충분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50원선이 무너졌다”며 “국내 탄핵 정국에 내달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으로 내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