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리베이트 '힐끔 힐끔'시장경쟁 무시한 채 폐지 여론 들끓는 단통법 안착에만 급급"세상 어디에도 '차별 없는 경쟁' 존재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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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호갱'으로 만들어 버린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또 다른 규제 마련에 나서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통사가 이동통신유통점의 판매 촉진을 위해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 장려금)가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에 더 많이 실리면서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자 이통사의 고유업무인 영업분야까지 침범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통사의 리베이트의 경우 고객입장에서는 사실상 보조금과 똑같다. 결국 정부가 이번 규제를 통해 이통사의 리베이트를 양성화할 경우, 그동안 단통법으로 제한된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단통법의 폐혜를 인정하는 셈이된다.  

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이 대리점·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에 같은 수준으로 지급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포화된 시장에서 단순 기기변경보다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번호이동이나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더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해 올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이통사 리베이트는 일부지만 소비자들이 좋은 조건에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논리는 여전히 '시골할아버지와 서울에 사는 대학생 차별'이에 멈춰져 있다. 정보가 적고 늦은 시골 할아버지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제값을 다 주고, 정보에 빠른 대학생들은 공짜에 제품을 살 수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통사들의 이러한 행태가 단통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 기업의 자율 영역인 리베이트까지 규제하려 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개입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보조금 공시를 필두로 각 기업들의 다양한 경쟁수단을 지속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차별을 무기 삼아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이라는 무기를 막아 놓고, 리베이트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시장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그에 따른 선택은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앞서 각 이통사들이 내놓은 각종 할인프로그램이나 포인트 제도도 유사 보조금으로 취급해 경쟁을 위축시켰다"며 "단통법의 실효성 논란은 외면한 채 또 다른 규제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시장이 아닌 규제를 우선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문제가 발생하니 또다른 규제를 내세워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전국민을 '호갱'으로 만들어 버린 단통법에 대한 불만 섞인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가 '차별 없는 경쟁' 실현을 위해 단통법에 이어 이통사 고유 영역인 영업부분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세상 어디에도 '차별 없는 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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