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경 3D 기술개발 까다롭고 고가 제품서만 구현 가능... "상용화 어려워" 세계 1·2위 삼성·LG, 5년째 가격·성능 제자리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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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3D 안경 SSG-5150GB(배터리식).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삼성전자가 풀(FULL) HD를 지원하는 첫 '3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지도 벌써 5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3D TV용 안경은 출시 당시와 비교해 변한 게 거의 없다. 가격은 여전히 10만원대 벽을 깨뜨리지 못했고, 반드시 전용 건전지를 넣어야 하는 불편함도 그대로 남아있다.
안경 없이 편하게 3D TV를 볼 수 있는 날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분기는 LG전자의 3D TV 패널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최초로 꺾은 시기다. 이 부문 후발주자였던 LG는 값싼 3D TV용 안경을 전방에 내세워 삼성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삼성과 LG의 3D TV용 안경은 애초부터 서로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제작돼 왔다. 삼성의 안경은 복잡한 전기회로로 짜여진 '전자기기'인 반면, LG는 일반 안경에 색깔 필름 한 장을 끼워 넣은 단순한 구조의 제품인 것이다.
이 같은 차이 탓에 LG의 안경은 삼성보다 가격이 무려 10분의 1 가량 저렴하다. 그렇다고 LG 제품이 허술한 건 아니다.
LG의 경우 TV 패널 자체에 LG화학편광필름을 붙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게 안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대로 삼성은 TV 패널에 손을 대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게 안경을 찍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저하게 벌어진 가격 격차는 삼성의 패인으로 작용했다. 세계 TV 제조업계 1위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법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가격을 낮추거나 아예 안경이 필요 없는 3D TV를 LG보다 먼저 내놓으며 시장을 다시 뒤집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삼성은 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3D TV용 안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삼성은 10만대 초중반, LG는 1만원이 조금 넘는 선에서 수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데 대해 두 회사 모두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D 기술은 오른쪽과 왼쪽 눈이 보여주는 영상정보 차이를 이용해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따라서 노트북과 컴퓨터 등 개인이 혼자 쓰는 전자제품에선 양쪽 눈과 모니터 각도를 맞춰 서로 다른 영상정보를 쏴주면 3D를 어렵지 않게 실행시킬 수 있다. 하지만 TV처럼 여러 사람이 시청하는 제품의 경우 각도 조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TV에서 만큼은 기술개발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8K급 이상 해상도의 초고가 TV에서만 안경 없이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어 상용화가 되기까진 사실상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무안경 3D TV는 기술개발은 물론 가격 맞추기도 어려워 당분간은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다만 3D TV 콘텐츠가 확산되고 시장의 기대치가 올라가면 상용화 시점이 조금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3D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혁신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당시 8K급 해상도의 TV에서만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며 "4K급 해상도의 UHD TV도 제대로 보급 안 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무안경 3D TV를 일반 가정에서 보려면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