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합병시 승인 받아야 하는데... "현지법, 절차 등 서로 달라 지연"'SKC-미쓰이화학', 'SK종합화학-사빅 JV 프로젝트' 잇달아 연기상반기 내 마무리 짓는다는데... "업황 어렵고, 최고 결정권자 없어 시기 더 늦어질 수도"
  • ▲ SK종합화학 울산CLX 넥슬렌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 SK종합화학 울산CLX 넥슬렌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SKC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해외기업과의 합작사(JV) 설립을 목전에 두고 해외기업결합신고 승인 지연으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기업결합신고는 기업 간 결합이 이뤄질 시 해당 국가에 신고해 기업결합에 관한 승인을 받는 절차다. 해외에 회사를 둔 기업의 경우 해당 승인이 완료된 경우에만 합작사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국가별로 기업결합 신고에 관한 세부 내용이나 절차 등이 조금씩 달라 합작사 설립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SK종합화학은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사빅(SABIC, 사우디 베이직 인더스트리)과 고성능 폴리에틸렌 SK브랜드인 넥슬렌(Nexlene)의 생산 및 글로벌 시장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 Joint Venture Agreement)을 체결했다.

    당초 SK는 지난해 10월 31일경 싱가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R&D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울산CLX에서 가동중인 넥슬렌 공장에 더해 사우디에 제 2공장을 건설하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합작사 설립이 늦어지면서 추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K 측은 당시 올해 4월 1일로 JV 설립일을 변경한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또 한 차례 설립일을 연기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특히 사빅과의 JV 설립은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1년 3월 사빅 알마디 부회장을 만나 직접 제안해 협상을 이끌어 낸 사업인만큼 최 회장의 부재가 JV 설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 관계자는 "해외기업결합신고 승인이 각 국가별로 조금씩 늦춰지다보니 JV 설립과 관련한 세부 협의도 조금씩 늦춰져 JV 설립일이 연기됐다"면서 "현재 해외기업결합신고 승인 절차는 다 마무리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SK종합화학의 울산CLX 내 23만t규모 넥슬렌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JV 설립과 동시에 JV로 편입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가동률이나 세부 사항 등은 정식으로 JV 설립이 완료된 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넥슬렌은 SK가 지난 2010년 말 촉매·공정·제품 등 전 과정을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 명으로 고부가 필름,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은 기존 범용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투명성과 위생성, 가공성 등이 강화된 제품으로 현재 미국의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등 일부 메이저 화학사들이 독점 생산 중이다.

    에틸렌 생산량 세계 1위 업체인 사빅은 높은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갖춰 합작법인이 고성능 폴리에틸렌 세계 시장에서 단기간에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C가 일본 미쓰이화학과 추진하고 있는 폴리우레탄 합작사도 공식 출범일을 기존 4월 1일에서 7월 1일로 3개월 가량 연기했다. SKC 측이 밝힌 사유 또한 '해외기업결합신고 지체로 인한 연기'였다.

    SKC 관계자는 "유럽이나 과거 공산국가권의 해외기업결합신고 프로세스가 워낙 느려서 지연된 것일뿐 차질이 생긴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SKC에 따르면 SKC는 폴란드, 북경, 미국 등에 폴리우레탄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쓰이화학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해외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해외법인의 시스템하우스(폴리올을 폼 형태로 가공하는 일종의 플랜트)가 새로운 합작사로 편입되는데, 나라별로 해외기업결합신고 절차와 과정이 차이가 있어 예정보다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SKC 측은 7월 1일 전까지는 승인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확실시되며 출범에는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C와 미쓰이화학은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간 5대 5 현물출자를 통한 합작사 직접 설립을 추진했으나 이같은 형태의 합작사 설립은 국내에서 거의 최초이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 추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양사는 지난 1월 SMPC라는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뒤 SPC를 통한 우회적 현물출자 방식으로 합작사 설립을 빠르게 추진해왔으나 이번 해외기업 결합신고 지연으로 공식 출범이 최종 연기됐다. 

    일부에서는 미쓰이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미쓰이화학 지분 50%가 SKC-미쓰이 합작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 측과 SKC가 마찰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SKC 측은 "차후 합작사가 출범되면 금호미쓰이화학이 SKC 관계사(SK 주식회사의 증손회사)가 되는 것은 맞지만 금호미쓰이화학과의 마찰 때문에 합작사 출범일이 연기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SKC와 미쓰이화학은 지난 해 12월 22일 자산규모 11억 달러의 폴리우레탄 합작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연산 72만t 규모의 글로벌 폴리우레탄 메이커로 출발하는 신설 합작사는 2015년 15억 달러, 2020년에는 2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기업과 JV 설립을 여러 차례 진행해 온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회사의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면서 "기업결합 신고 의무자가 기한 내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부실신고를 한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가되는 등의 패널티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기업결합신고는 각 나라마다 세부 내용과 절차, 법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JV 설립이라고 하더라도 업종이나 지역, 사업의 특수성, 현지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절차나 기한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외기업결합신고가 통과됐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시장 상황이나 업황을 고려해 JV 설립을 늦추거나 아예 유야무야 되는 경우도 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지난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 투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정 돼 있어 많은 기업들이 합작사 설립에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외촉법이 통과되면서 지분 보유률이 50%로 낮춰져 투자가 다소 용이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