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액세서리 회사 '모피'의 SXSW 현장 이벤트
  •   세인트버나드 종 개는 흔히 ‘세상에서 가장 큰 개’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흔하지 않은 데도 이런 저런 영화에서 많이 소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친숙하다. 


  이 견종은 오래 전부터 조난당한 알프스 지역 여행자들을 구출하는 일에 큰 몫을 해왔다. 목에 달린 작은 브랜디 통은 그저 훗날 사람들이 상징적으로 매단 것이라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 개들에게 별다른 인명구조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저 어미가 새끼에게 대대로 인명구조의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한다. 알프스 인근 망통의 성자 베르나르에서 따온 세인트버나드란 이름도 19세기에서나 붙여졌다고.

  헬리콥터 등 첨단 장비 덕분에 인명구조견 역할에서 은퇴한 지도 꽤 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세인트버나드를 ‘인명구조견’으로 인식한다. 그런 사람들의 인식을 이용한 캠페인이 지난 3월 15일부터 19일 사이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SXSW 인터액티브 행사에서 톡톡히 활용됐다. 스마트폰 관련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모피의 ‘모피 구조(Mophie Rescue)’가 바로 그것. 

  현대인은 배가 고픈 건 참아도,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가는 모습은 참지 못한다. SXSW 인터액티브는 방대한 행사다. 닷새 동안 열린 행사만도 800여 개에 달하니, 전용 애플리케이션의 도움 없이 원하는 행사를 기억했다 제 때 참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럴 때 휴대전화 전원이 끊긴다는 건 뇌 일부에 전원이 끊기는 것과 매한가지다. 


  •   ‘모피 구조’ 캠페인에 참가하는 법은 간단하다. 배터리가 닳아가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캡처해 해당번호에 전송하면 된다. 그러면 오스틴 시 한가운데 마련된 ‘구조 오두막’에서 세인트버나드 종 개가 휴대폰 충전기를 목에 걸고 ‘조난자’ 앞에 나타난다. 이 캠페인에 이용된 게 사실 그리 첨단기술은 아니다. 애플에서 먼저 개발해 흔히 아이비콘(iBeacon)이라 불리는 위치인식 기술을 이용한 것뿐이다. 


      이 캠페인은 SXSW를 취재하러 온 거의 모든 매체들이 다루면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인명구조견이라는 세인트버나드에 대한 전통적 인식과 휴대전화 잔여 배터리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관념에, 미국인들의 무한한 ‘개 사랑’이 낳은 성공이다. 더욱이 ‘첨단 IT 축제’인 SXSW에서 세인트버나드에게 구조 받는 복고적 역할놀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진정 유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