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활황 착시로 주택 공급과잉 때는 집값 급락 우려 시각도
  •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실수요자 중심으로 연립·다세대 주택 거래가 늘면서 지난달 주택매매거래량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난에 지친 임차인들이 연립·다가구 주택을 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월 거래량 10년 만에 최고치…연립·다가구 등 비아파트 거래 증가율 두드러져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거래량은 11만186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설 연휴가 있었던 2월보다 41.9% 각각 늘었다.


    3월까지 누적거래량은 27만53건으로 지난해보다 18.3% 증가했다.


    3월 한 달 거래량과 3월까지 누적 거래량 모두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6년 3월 거래량은 9만여건, 3월까지 누적거래량은 15만9000여건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5만8242건, 지방은 5만3627건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1.5%, 17.5% 증가했다. 서울은 2만1138건으로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44.6% 늘며 수도권 증가를 견인했다.


    거래량을 주택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7만9312건, 연립·다세대 1만8954건, 단독·다가구 1만3603건으로 각각 22.8%, 30.8%, 25.6% 늘었다.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주택 등의 거래량 증가율이 더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는 4만1414건, 연립·다세대 1만2839건, 단독·다가구 3989건으로 각각 28.7%, 36.9%, 45.5% 증가해 연립·다가구 주택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비아파트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며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셋값에 대출을 받아 비슷한 가격대의 연립이나 다가구 주택을 사는 세입자가 많아진 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요 아파트단지 실거래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보합세를 보였다.


    서울 강남 개포 주공1차 42.55㎡(5층)는 2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6억9600만원에 팔렸다. 송파 가락 시영 40.09㎡(2층)는 같은 기간 5억1000만원에서 5억2500만원으로 1500만원 올랐다.
    부산 동부올림픽타운 59.8㎡는 2월 거래가격이 2억5900만원(11층)이었지만, 3월에는 2억7400만원(13층)으로 1500만원 오른 값에 거래됐다.


    ◇전세난 지친 실수요자 매매 전환 이어져…공급 과잉 빚으면 집값 급락 우려 시각도


    올 들어 매달 주택 거래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하는 것은 전세난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치솟는 전셋값에 세입자가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대출을 안고 아예 주택을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온나라부동산정보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7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79건보다 16.4% 늘었다. 역시 2006년 이후 1~2월 거래량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전세난에 주택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는 "1~2월 아파트 거래 현황을 분석하면 강남 3구보다 강서구, 성동구, 성북구 등 전세난이 심한 지역에서 거래량이 늘었다"며 "이들 지역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67~75%쯤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이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대출금을 안고도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가구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유형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1월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은 36.8%로 연립·다세대 29.3%, 단독·다가구 25.1%보다 많았지만, 3월 들어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거래량 증가율이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을 받은 주택 실수요자들이 우선 아파트 구매에 나섰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점차 연립·다가구 주택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지난 8일 발표한 '부동산 신화의 종말과 시장 전망'이라는 자료에서 주택거래량은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 1.3%를 약간 웃도는 2.1%에 그쳐 '거래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는 부동산시장 원칙이 깨졌다며 주택 가격 급락을 우려했다.


    자료에서 서 교수는 우선 앞으로 주택공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활성화법안 국회 통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주택공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1월 전국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3만330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주택시장을 활황으로 바라보는 '착시현상' 때문에 공급과잉이 빚어지면 집값 급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라앉았던 주택 매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주택시장이 활황이었던 2007년 즈음의 시장 상황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청약경쟁률은 오르는데 실제 계약률은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