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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해외 사업이 5년 만에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반면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지점 통폐합과 철수는 지속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해외 점포의 당기순이익은 1510만 달러로 전년대비 3960만 달러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 해외 점포들의 흑자전환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증권사들은 수년간 해외에 공을 들여왔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에 의존 중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현지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실적에서 해외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며 흑자를 낸 지역보다는 적자를 낸 지역이 월등히 많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는 14개국 80개로, 이 중 흑자를 낸 지역은 4개국에 그치고 있다.
홍콩에서 132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인도네시아(500만 달러), 브라질(440만 달러), 일본(130만 달러) 등에서 흑자를 냈다.
반면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3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여전히 중국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14개국 중 흑자를 낸 지역은 4개국에 그쳤고, 해외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해외 점포 통폐합 및 철수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해외 점포 수는 지난 2012년말 89개에서 2013년말 84개, 지난해말 80개로 꾸준히 감소했다.
해외 진출 실패는 회사의 규모와 관계 없이 일어나고 있다.
미래에셋 증권이 런던 현지법인 영업을 중단했고, 삼성증권은 홍콩시장에서 쓴 맛을 봤다. 삼성증권의 경우 홍콩 현지법인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홍콩을 기점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결국 사업을 접었다.
HMC투자증권 역시 홍콩 사업을 철수했고, 현대증권은 일본과 베트남에서 일찌감치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업계는 해외 사업이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현재 전략으로는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해외 진출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해외 진출을 추진해왔기 때문.
특히 네트워크가 중요한 업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실적에 치중하다보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 점포에 대한 폐쇄결정도 쉽게 내린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별화된 전략과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만큼 회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낮은 브랜드 파워로 여전히 현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이 해외 진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비교해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력, 현지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 등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행이나 보여주기 식의 해외 진출이 아닌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