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국경제 발목 잡나
여행·유통·건설 등 '초비상'

"제발 메르스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자칫 국제사회로부터 '여행금지국가'로 판정이라도 받으면 최악이다." 바짝 속이 타들어간다는 여행업계의 하소연이다.

2003년 사스 창궐로 WHO로부터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던 중국 베이징은 한 해 동안 600억 위안(11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시 단 석 달 동안 국내 여행업계 매출은 25%나 급감했다.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타이완 관광객 1300명이 한국 여행을 무더기로 취소했다.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에 입국할 예정이던 요우커 300여명도 예약을 취소했다.

중국 전문 여행사인 A사는 1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600여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유치한 6월 방한관광 예약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행업계에서는 요우커의 예약 취소사례가 벌써 2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7~8월 휴가철 성수기에 해외 여행상품을 예약했던 내국인도 메르스 확산에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동과 중국인 환자로 특수를 누렸던 병원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메르스가 유입된 이후 중동발 환자가 뚝 끊긴 데다 중화권 환자 예약 문의도 크게 줄고 있다. 외국인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는 불과 5일전 호들갑이 참 무색해졌다.

내수도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5월 월간 매출 증가율이 당초 기대 보다 한참을 밑돌았다. 석가탄신일 연휴 등의 호재를 맞았지만 메르스 이슈에 꺾였다.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친 곳이 많았다. 대신 마스크 48%, 구강청정제 13%, 핸드워시 11% 등 위생용품 판매가 늘었다.

항공사도 메르스 확산 추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칫 사태가 확산돼 한국 방문이 줄어들 경우 올들어 되살아난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메르스는 중동 여행자를 통해 감염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중동노선은 관광수요가 아니라 비즈니스 출장 등 상용 수요라 '메르스 논란'에 따른 탑승객 변화 등이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면서 "현재 메르스의 경우 워낙 민감한 주제라 여러 사항에 대해 본사 지침상 구체적인 통계나 이야기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WHO, 질병관리본부, 검역소,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주요사항을 모니터링해 관련 지침에 따라 즉각 대응해 나가게 돼있다"면서 "향후 대책 및 계획은 유관부서와 협의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역시 "오늘 관련팀 임직원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고, 메르스 관련 향후 대응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 "보건당국의 지침에 대해 즉시 공유하고, 의심환자 정보를 통보 받을 경우 철저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 기대를 모은 제2 중동붐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9개 건설업체 CEO들과 함께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을 꾸려 중동을 순방 중인 유일호 국토부 장관도 이번 방문길에 뜻밖의 악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동병상련의 중동국가들의 이해속에 예정대로 2~3곳의 국내 건설사의 시공현장 방문 등을 마쳤지만 국내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주식시장도 일찌감치 출렁인다. 지난 1일 참좋은레져, 롯데관광개발은 3%대 낙폭을 기록했고 모두투어, 레드캡투어, 하나투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신세계의 주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대한항공이 3%대 낙폭을 기록한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들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주당 6000원대 중반까지 밀렸다. 메르스 확산의 여파는 레저 관련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영관 운영업 등 일부 업종이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인 비중이 높은 면세 및 외국인 전용 카지노 주가도 하락할 것이라는게 증권가 예상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역시 메르스 확산으로 대회 성공 개최에 대한 걱정이 불거지고 있다. 141개국 1만3000여명의 참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논란이 된 중동에서 8개국 400여명이 출전한다. 3조7000억원으로 추산된 경제적 직접효과의 관건은 사전 예찰과 대회 기간중 환자발생 억제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선제적인 조기대응에 실패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염려한다.

벌써 메르스가 한국경제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힐 것이라는 우려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무역, 여행, 외국인투자 등이 멈칫하는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정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이 관광업계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국내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 등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