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부풀리기 의혹에, 45만 직권해지 후 "50% 점유율 회복에 안간힘""번호이동 경쟁서 KT, LGU+에 밀리고, '7일 영업정지'까지 예정돼"
  • ▲ 지난 주말 SK텔레콤은 자사 온라인숍 T월드다이렉트에 홈쇼핑 방송을 홍보했다.ⓒT월드다이렉트
    ▲ 지난 주말 SK텔레콤은 자사 온라인숍 T월드다이렉트에 홈쇼핑 방송을 홍보했다.ⓒT월드다이렉트

올 초 1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시장 점유율 50% 붕괴로 자존심을 구긴 SK텔레콤이 이례적 행보를 보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주말 SK텔레콤은 공식 온라인숍에서도 파는 스마트폰을 홈쇼핑에서 판매한다며 팝업창과, 홈페이지 첫 화면을 통해 크게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공식 온라인숍은 제품 판매의 기준을 보여주는 곳으로, 보다 신뢰성 있게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다양한 혜택을 지원한다.

그런 곳에 홈쇼핑 판매를 홍보한 것은 결국 '자사 쇼핑몰보다, 홈쇼핑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로 비춰진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SK텔레콤은 자사 공식 온라인숍 'T월드다이렉트' 첫 화면에 대형 배너는 물론, 팝업창까지 띄워 '새 휴대폰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찬스!'라는 문구와 함께 5일과 6일 이틀간 홈쇼핑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내걸었다. 

T월드다이렉트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숍으로, 휴대폰을 중심으로 관련 액세서리나 태블릿, 유선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단통법에서 공시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정직하게 지급하고, 유통점에서 지급하는 추가 할인금까지 함께 제공하는데다 추가 선물까지 증정한다. 

그런데 이 곳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다'라는 문구를 들어가며 홈쇼핑에서의 판매를 자랑한 것은 스스로가 공식 온라인숍인 'T월드다이렉트는 싸지 않다'는 의미이거나 '홈쇼핑에서 사면 그 이외의 할인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셈이다.

당시 일부 홈쇼핑 방송에서는 "오늘 방송에서만 이 조건"이라며 "전세폰, 노예폰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할 수 있고 원하시는 요금제가 있다면 마음껏 가능하며 SK텔레콤에 가입비가 없는 것도 메리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설명한 모든 것은 홈쇼핑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으로, 가입비는 SK텔레콤만이 아닌 이통3사 모두 폐지된 상태다.

게다가 최근 SK텔레콤이 '약정 없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24개월 약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요금제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팻말을 들고 '단, 24개월 약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요금제를 제한한 것과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쇼핑에서 제시한 요금를 기준으로 단말기 지원금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유통망 '추가 지원금'도 T월드다이렉트가 더 많이 주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표준요금제를 기준으로 3만6000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지만, T월드다이렉트에서는 4만8000원을 지원한다. 결국 홈페이지에서 자랑한 '가장 저렴하게'라는 말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SKT가 자사 공식 쇼핑몰보다, 홈쇼핑에서 호스트가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가입을 유도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타 이통사 역시 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하지만, 신뢰성을 이유로 공식 온라인숍을 통해 이를 홍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SKT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점유율 50%' 붕괴로 자존심을 구긴 SK텔레콤이, 좀처럼 가입자 회복이 어려워지자 다급해져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2002년 신세기 통신 합병 이후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용자를 알 수 없는 미사용 번호 등으로 가입자가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지난 2월 45만 회선을 자발적으로 직권해지, 처음으로 앞자리가 다른 49.6%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3월에는 49.5%, 4월에는 49.49%로 여전히 추락중이다.

특히 통신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 경쟁에서도 KT나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보다는 뺏기는 모양새다.

실제 올들어 1월에만 2100명 순증했을 뿐, 2월부터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2월에는 3만8394명을, 3월 4만4324명, 4월 4만2649명, 5월 2만6102명, 그리고 6월들어서도 7일 기준까지 308명을 KT나, LGU플러스에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이달 내에 시행될 지 모르는 영업정지에 대비, 빠르게 가입자를 모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에게 7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를 바로 집행하지 않고 추후 시기를 봐서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기가 두 달 이상 미뤄지자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비수기이자,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는 6월중에 집행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제 문닫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입자 모집에 급급한 나머지 SKT가 공식쇼핑몰 '셀프디스'라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 "메르스 불안감이 유통업계에도 불어오는 상황에서 매장을 찾지 않고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홈쇼핑 이용을 최대한 알리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