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수요 급감…‘킬러 콘텐츠’ 부재 해외공략 성공한 네이버 ‘제페토’만 명맥 이어시장수요 파악, 고객요구 충족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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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메타버스 플랫폼이 엔데믹 이후 수요 부재로 추진 동력을 상실하면서 문을 닫고 있다.

    통신사·플랫폼 등 ICT 업계 사업자가 출시한 B2C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는 네이버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두 폐업했다. LG유플러스는 대학생과 유아용 플랫폼 등으로 교육 부문에 특화돼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

    펜데믹 속 화상회의와 원격 교육 등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특수를 누리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고 재택근무가 아닌 사무실 출근과 통학에 기반한 일상으로 돌아오자 메타버스도 힘이 빠졌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메타버스 투자 규모는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이후 2년여만에 7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서비스 종료를 예견된 수순으로 평가한다. 생태계를 활성화할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수익화에 이르기 전 활성화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통신사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표적 사례다. SK텔레콤 ‘이프랜드’는 자체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한편, 유료 재화 ‘스톤’을 도입해 경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이전 대비 오히려 줄었다. KT는 ‘지니버스’와 기업용 ‘메타라운지’를 통해 현실 세계를 가상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내세웠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메타버스에 할애했던 자원은 AI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운영하며 축적한 3D 이머시브 콘텐츠 제작이나 글로벌 서비스 운영 노하우는 추후 AI 사업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 ‘제페토’가 살아남은 이유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제페토의 글로벌 MAU는 2000만명대로,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를 넘는다. K팝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10대를 중심으로 한 해외 이용자들의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메타버스는 자체 기술 확보와 산업용, B2B(기업간 거래)에 무게를 두고 명맥을 이을 전망이다. 정부가 주도해 2021년 설립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로 1100개가 넘는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관련 기술개발과 스타트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의 역할은 무엇보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이어주는 데 있다. 좋은 기술과 플랫폼을 개발하더라도 기업과 이용자들이 원치 않으면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 수요가 없는 현실에 어느 글로벌 빅테크 기업처럼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에 진심인 수준이 아니라면 더 이상 붙들지 않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