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완판 행렬한미반도체 최대실적, 매출 1조 훌쩍주성엔지니어링 영업익 950% 신장ACM리서치·엠피리언 중국 수출 막혀
  •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가 내년 HBM(고대역폭메모리) 물량을 완판하면서 국내 소부장 업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한미반도체를 비롯한 HBM 장비 회사 실적이 고공행진 하는 반면 여타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국 HBM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구세대 HBM 장비를 수출하던 기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등 HBM 장비 기업들은 4분기에도 무난하게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범용 반도체 소부장과 세메스, 원익IPS 등 삼성전자 HBM 소부장 공급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미 내년 물량을 완판한 SK하이닉스 관련 기업만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최대 고객사로 둔 한미반도체는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핵심 제품은 TC본더는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접합(본딩)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8~12단에 이르는 단수를 얼마나 정교하게 쌓았는지가 HBM의 성능을 갈음하기 때문에 TC본더 성능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미반도체는 내년 1조2000억원, 2026년 2조원의 매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3분기 누적 매출 4093억원, 영업이익 1834억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3.28%, 1035.62%가 증가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내년 초 2.5D 빅다이 TC 본더를 출시한 뒤 마일드 하이브리드 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TC본더 장비를 2026년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 ▲ 청주 M15X 팹 조감도ⓒSK하이닉스
    ▲ 청주 M15X 팹 조감도ⓒSK하이닉스
    원자층증착장비(ALD)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 또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ALD는 반도체 소자에 박막을 입히는 과정에서 사용되는데 D램을 미세화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며 얇은 박막을 구현할 수 있는 이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누적 매출 3011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50%, 953.96%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SK하이닉스 향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 제품인 HBM3E(5세대)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해 엔비디아에 사실상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 최근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동맹을 공식화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며 차세대 HBM 공급망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주 M15X 팹 가동에 앞서 D램 핵심 인력을 전진 배치하며 수요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확정 받은 4억60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지원금 또한 HBM 등 차세대 AI 반도체 패키징 생산 기지 건설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 ▲ 반도체 클린룸ⓒ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삼성전자
    반면 범용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여타 소부장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대중국 HBM 수출 통제에 나서며 한국에 사무소를 둔 외국계 소부장 ACM리서치, 엠피리언코리아의 수출이 금지됐고, 중국에 구세대 HBM 장비를 납품하는 일부 기업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다만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열중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HBM 성능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패키징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소식이 들리며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소부장 매출은 SK하이닉스 공급 여부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SK하이닉스가 5세대, 6세대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면 공급망이 더 다변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소부장 공급망 재편에 나서며 관련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라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년간 고통을 겪은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AI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