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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본다. 단,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불안감 조성을 경계했다. 또 정부의 지나친 표현들이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도한 불안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적정한 위기의식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불안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 위기 상태를 적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부적절한 불안감을 줄여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강력한 방역조치를 하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치밀하고 철저한,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되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강력·치밀' 등의 표현이 나오면 국민의 불안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인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어넣으면 안 되지만, 지나치게 안심시키려 들지도 말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불안하거나 불확실성이 있으면 인정하고, 국민이 해야 할 원칙과 지침을 자세히 가르쳐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전병율 연세대 교수는 가장 많은 메르스 사망자를 낸 중동국가에 빗대 '공포감'이 과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중동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의 공포가) 과민하다는 부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학부형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해야 한다. 시간과 돈이 들더라도 지속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정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1, 2차 대규모 감염지로 지목된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의심환자들의 잠복기가 끝나가면서 메르스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올 것으로 진단했다.
전 교수는 "1차로 평택성모병원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2차로 삼성병원 노출자가 많았는데 잠복기가 오늘로 12일째다. 앞으로 내일과 모레에 걸쳐서 추가 환자 감소세가 있다면 (메르스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본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 대응 태스크포스팀(TFT)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현재 메르스 발병 패턴이 병원 중심으로 확산된 만큼 중요한 것은 병원을 보호하는 전략"이라며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병원에서 일반 환자와 메르스 환자가 섞이지 않도록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가, 치료가 되는가"란 의원들의 질문에 "병원 내 감염 외에 지역사회 내에서 공기를 매개로 메르스가 전파됐다는 증거는 없다. 지역사회 내에선 아주 긴밀한 접촉이 없으면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현재까지 치료를 통해서 많은 분이 회복되고 있다"면서 "현재 (메르스 감염 환자) 2명이 퇴원했고, 치료 중인 90여 명도 회복 중이어서 퇴원 예정자의 수도 상당수"라고 부연했다.
최 교수는 "이제 신종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공공의료 정상화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공중보건 위기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해 확산을 막아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하기에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면서 "보건소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보건의료 강화를 조속히 해결하고, 공중보건위기관리시스템 등 보건의료체계 정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