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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편성의 멍석이 다깔렸다. 역대 두번째 '20조원'대의 슈퍼급이 유력하다.
메르스도 잡고 가뭄도 극복하고, 경기도 되살리고 엔저도 넘고, 재정절벽까지 해소하려면 이 정도 규모는 돼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금까지 10여차례의 추경 중 20조원대가 넘는 이른바 '슈퍼추경'은 딱 한번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다. 이번에 추경 규모가 20조를 상회할 경우 두번째 슈퍼추경이 되는 셈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13년에 17조3000억원의 대규모 추경을 짠 바 있다. -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군불만 때던 정부는 이달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경제운용방향'에 맞춰 추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반기 재정절벽에 대비한 10조 안팎의 추경을 논의해온 터라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다.
늘 엇갈리던 정치권도 이번에는 한 목소리다.
국회 기재위가 열린 16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성장률을 3% 초반으로 유지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20조원 정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필요하다면 백 개의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주겠지만 경제 문제가 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금리와 정부 재정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도 금리 인하와 더불어 추경이 편성돼야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이라며, 정치권의 신속한 추경 요구는 의원 생활 8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물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전략적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
엄격한 국가재정법상의 추경 요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는 이미 상당한 침체 국면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0%대를 기록했다. 일본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수출 역시 1월 –1%, 2월 –3.3%, 5월 –10.9%로 다섯달째 거꾸로 가고 있다. 세수부족 사태로 초래될 연말 재정절벽도 공포스럽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는 여전히 추경 요건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올 2분기 성장률도 1%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게 되고 국가재정법상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
관건은 추경 규모와 시기다.
당초에는 부족한 세금을 메우기 위한 5조~7조원, 경기 활성화에 쓸 8조~10조원 등 15조원 안팎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20조 안팎의 '슈퍼추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사태가 엄중한 만큼 추경규모가 2013년 수준(17조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객 운송 관광 등 메르스 피해 관련 분야 3조원에 극심한 가뭄대책까지 포함될 경우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 효과의 극대화를 생각한다면 편성시기는 무조건 빨라야 한다. 지금 추경안이 나와도 한 달여쯤 걸리는 국회 심의와 동의 절차를 감안하면 예산집행은 9월께나 가능해진다. 이렇게되면 추경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채 집행도 하지 못하는 예산이 생길 수 있다.
2013년에는 추경이 4월에 편성됐는데도 연말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3조9000억원에 달했다. 그래서 "7월에는 편성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경은 경기부양에 있어 정부가 쓸 수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직접적인 카드다. 오죽하면 헬리콥터에서 마구 돈을 뿌려대는 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10조원대 추경을 짜면 0.3∼0.5%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3년 추경 당시 그해 0.3∼0.4%포인트, 이듬해 0.2∼0.3%포인트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연구원이 추정하고 있는 재정지출승수는 0.498이다. 정부 지출을 100원 늘리면 국민소득은 49.8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정부지출을 약 11조원 늘렸을 때 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22조원을 더 쓸 수 있다면 성장률은 1%포인트까지 상승한다.
정부는 이번 슈퍼추경을 3%대 성장률을 지키는 보루로 삼고 있다.
물론 이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기존 예산보다 지출을 더 많이하는 '세출 추경' 액수가 늘어야 한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추경은 계획보다 정부지출이 줄면서 성장률이 현재 전망치보다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막는 효과에 그친다.
늘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 추경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답변에서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하겠다"고 했다.
이제 추경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빨리, 많이"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