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는 추경 필요... 효과 극대화 위해 '빨리-많이'만 남아
  • ▲ 메르스 추경이 임박했다. 20조가 넘어 역대 두번째 슈퍼추경이 될 전망이다ⓒsbs 캡처
    ▲ 메르스 추경이 임박했다. 20조가 넘어 역대 두번째 슈퍼추경이 될 전망이다ⓒsbs 캡처


    추경 편성의 멍석이 다깔렸다. 역대 두번째 '20조원'대의 슈퍼급이 유력하다.

    메르스도 잡고 가뭄도 극복하고, 경기도 되살리고 엔저도 넘고, 재정절벽까지 해소하려면 이 정도 규모는 돼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지금까지 10여차례의 추경 중 20조원대가 넘는 이른바 '슈퍼추경'은 딱 한번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다. 이번에 추경 규모가 20조를 상회할 경우 두번째 슈퍼추경이 되는 셈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13년에 17조3000억원의 대규모 추경을 짠 바 있다.

     

  • ▲ 추경은 경기부양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미친다ⓒ
    ▲ 추경은 경기부양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미친다ⓒ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군불만 때던 정부는 이달말 발표 예정인 '하반기경제운용방향'에 맞춰 추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반기 재정절벽에 대비한 10조 안팎의 추경을 논의해온 터라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다.

    늘 엇갈리던 정치권도 이번에는 한 목소리다.

    국회 기재위가 열린 16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성장률을 3% 초반으로 유지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20조원 정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필요하다면 백 개의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주겠지만 경제 문제가 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금리와 정부 재정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도 금리 인하와 더불어 추경이 편성돼야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이라며, 정치권의 신속한 추경 요구는 의원 생활 8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물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전략적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 ▲ 여야가 모처럼 추경편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여야가 모처럼 추경편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격한 국가재정법상의 추경 요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는 이미 상당한 침체 국면이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0%대를 기록했다. 일본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수출 역시 1월 –1%, 2월 –3.3%, 5월 –10.9%로 다섯달째 거꾸로 가고 있다. 세수부족 사태로 초래될 연말 재정절벽도 공포스럽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는 여전히 추경 요건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올 2분기 성장률도 1%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게 되고 국가재정법상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 ▲ 엎친 데 덮친 격인 극심한 가뭄피해 대책이 시급하다 ⓒ뉴데일리 DB
    ▲ 엎친 데 덮친 격인 극심한 가뭄피해 대책이 시급하다 ⓒ뉴데일리 DB


    관건은 추경 규모와 시기다.

    당초에는 부족한 세금을 메우기 위한 5조~7조원, 경기 활성화에 쓸 8조~10조원 등 15조원 안팎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20조 안팎의 '슈퍼추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사태가 엄중한 만큼 추경규모가 2013년 수준(17조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객 운송 관광 등 메르스 피해 관련 분야 3조원에 극심한 가뭄대책까지 포함될 경우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 효과의 극대화를 생각한다면 편성시기는 무조건 빨라야 한다. 지금 추경안이 나와도 한 달여쯤 걸리는 국회 심의와 동의 절차를 감안하면 예산집행은 9월께나 가능해진다. 이렇게되면 추경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채 집행도 하지 못하는 예산이 생길 수 있다.

    2013년에는 추경이 4월에 편성됐는데도 연말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3조9000억원에 달했다. 그래서 "7월에는 편성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경은 경기부양에 있어 정부가 쓸 수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직접적인 카드다. 오죽하면 헬리콥터에서 마구 돈을 뿌려대는 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경제 연구기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10조원대 추경을 짜면 0.3∼0.5%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3년 추경 당시 그해 0.3∼0.4%포인트, 이듬해 0.2∼0.3%포인트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 ▲ 정부는 이번 추경을 성장률 3%대를 지키는 보루로 삼고 있다ⓒ뉴데일리 DB
    ▲ 정부는 이번 추경을 성장률 3%대를 지키는 보루로 삼고 있다ⓒ뉴데일리 DB

     

    현대연구원이 추정하고 있는 재정지출승수는 0.498이다. 정부 지출을 100원 늘리면 국민소득은 49.8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면 정부지출을 약 11조원 늘렸을 때 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22조원을 더 쓸 수 있다면 성장률은 1%포인트까지 상승한다.

    정부는 이번 슈퍼추경을 3%대 성장률을 지키는 보루로 삼고 있다.

    물론 이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기존 예산보다 지출을 더 많이하는 '세출 추경' 액수가 늘어야 한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추경은 계획보다 정부지출이 줄면서 성장률이 현재 전망치보다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막는 효과에 그친다.

    늘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 추경에 대해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답변에서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하겠다"고 했다.

    이제 추경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빨리, 많이"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