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냐"...추경-경제입법-한국판 뉴딜 등 총동원해야
  • ▲ 메르스 한달새 한국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 메르스 한달새 한국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 ▲ 메르스 한달새 한국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 메르스 한달새 한국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한국경제가 몸져 누웠다.

    가뜩이나 내수·수출 동반부진에 시름시름 앓던 터에 메르스 직격탄이 더해지면서 아예 머리를 싸매고 누운 꼴이 됐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발병이 확인된 후 여행 관광 유통 등 서비스 분야에서 시작된 메르스 충격은 삽시간에 전자 자동차 건설 등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두세달이 더 갈 경우 한국경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지도 의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파문이 세달 이상 이어질 경우 사회적 비용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3.7%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해외 IB들은 한달새 한국 경제성장률 0.15% 포인트 떨어졌다며 3개월간 지속되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로 인하하면서 선제 대응에 나선 한국은행은 지난 4월 3.1%로 내렸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 달에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 ▲ 고민이 깊어진 정부는 이달말 추경을 비롯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 고민이 깊어진 정부는 이달말 추경을 비롯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기획재정부는 18일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통상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일정을 공개했다. FOMC의 금융시장 영향 등이 공식 의제였지만  이보다는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추경 편성 필요성 등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굳이 잘 와닿지도 않는 거시경제 지표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내수를 떠받치던 외국 관광객들의 방한 취소가 12만명을 넘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집계를 시작한 것과 개별여행객이나 채 파악이 안된 경우 등을 합칠 경우 하루 1만명이 꼴이 넘는다. 당장도 문제지만 7~8월 성수기까지 이어질 경우 최악이다.

    크루즈는 지난 14일 기준 5일 사이에 21차례나 부산·인천항 입항을 취소했다. 4만9000여명 미입항에 따른 손실액이 573억원이다. 6000여명의 요우커들은 아예 배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홍콩, 대만,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미국 등 5개 국가가 한국에 대해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유럽 국가들은 해외여행 안전 정보 채널을 통해 한국 방한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

  • ▲ 외국인들의 방한취소가 7~8월 성수기로 이어지면 최악이다ⓒ뉴데일리 DB
    ▲ 외국인들의 방한취소가 7~8월 성수기로 이어지면 최악이다ⓒ뉴데일리 DB


    실내 공기중 오염물질을 최대 98%이상 제거해준다는 '퓨어룸'과 '프레쉬룸' 등을 설치한 특급 호텔의 취소율이 50%가 넘는다. 면세점은 개점휴업상태이며 명동과 제주도 등지에서도 그 많던 요우커들을 보기가 쉽지않다.

    백화점 매출액은 25.0%, 대형마트 매출액은 7.2%가 줄었다. 영화 관람객과 놀이공원 이용객 수가 1년전에 비해 각각 54.9%와 60.4%나 급감했다. 야구장 박물관을 찾는 사람도 최대 82%까지 적어졌다.

    현대자동차와 LG 등 주요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연기했고 각종 행사와 공연, 여행 예약 등이 취소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자리마저 줄어들었다. 메르스 이슈가 불거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여행가이드 채용 공고는 27.5% 급감했다.

    200억 이상의 경제효과를 기대했던 강릉 단오제는 취소됐고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는 중국측의 불참으로 울상이다. 농식품부 영향평가 결과 농촌관광 예약취소율 90% 이상, 외식업  40.6%, 음식료품 8.3% 가 감소했다. 문화·여가산업 전반이 잔뜩 움추러들었다.

     

  • ▲ 병의원들이 환자 급감으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뉴데일리 DB
    ▲ 병의원들이 환자 급감으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뉴데일리 DB


    병원은 말할나위가 없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입소문이 나면 금새 외래환자 수가 반토막이 난다. 서울과 지방의 유수의 대학병원은 물론 동네의원들까지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거리는 텅텅 비고 지하철과 버스, KTX 등 대중교통 이용객도 급감했다. 자가용 교통량도 줄었다. 대다수가 불안감에 휩싸여 '집콕' '방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건당국과 WHO 등이 잇따라 정상활동을 주문해도 꿈쩍을 않는다. 메르스 의심자나 접촉자가 다녀간 식당이나 목욕탕, 교통편에 더 신경을 쓴다.

     

  • ▲ 언론의 호들갑이 한국경제의 회복심리를 더욱 늦출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CNN 캡처
    ▲ 언론의 호들갑이 한국경제의 회복심리를 더욱 늦출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CNN 캡처


    언론의 호들갑이 연일 계속되면서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오죽하면 샤론 램(Sharon Lam)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언론이 메르스 관련 보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했을까. 그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관련) 부정적인 보도의 여파로 "메르스가 사라진 후에도 소비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할 것인가.

    정부는 이달말까지 메르스를 잡겠다며 '정상생활+강력대응' 등 투트책 전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에 맞춰 대규모 추경편성도 준비중이다. 경기부양에 가장 효과가 있다는 SOC 등 한국판 뉴딜까지 검토중이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문자 그대로 선제대응이 되려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 ▲ 문자 그대로의 선제대응이 절실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 문자 그대로의 선제대응이 절실하다ⓒ청와대사진기자단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도 메르스 대응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계획했던 투자의 차질없는 집행과 신사업 발굴을 통한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회복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메르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한때 2900여곳에 달하던 각급 학교의 휴업도 15일 기준으로 16.4% 수준인 475곳으로 줄었다. 메르스 완치환자도 속출해 19명이 넘었고 격리해제자 수천명도 정상생활로 돌아왔다.

    모처럼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처리와 추경편성 등에 한 목소리를 낸 여야 정치권은 한걸음 더 나아가 6월 국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포함한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메르스를 꼭 잡아야 할 이달말이라야 겨우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민관정 모두의 합심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