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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인수합병(M&A)러시를 대우증권이 이어간다.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곧 대우증권 매각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월부터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매각 방식을 패키지 매각과 단독 매각을 두고 조율 중이다. 패키지 매각은 산은자산운용과 산은캐피탈을 묶어서 매각하는 방식이고, 단독 매각은 대우증권만을 따로 파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측은 현대증권 매각을 마무리한 이후 시장상황을 보며 대우증권 매각에 나서기로 금융당국과 협의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달부터 사전 시장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대우증권의 몸값이 최대 3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주주 산업은행이 들고 있는 대우증권 지분 42%(1억4048만1383주)의 가치는 2조30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산출한 결과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선호하고 있는 패키지 매각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이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대우증권을 산은자산운용·산은캐피탈을 함께 묶는 패키지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경우 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매각 당시에도 당국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저축은행을 패키지로 묶어 필았다가 헐값 매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NH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가를 9500억원,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저축은행을 2000억원으로 써내 총 1조1500억원을 제시한 반면, 경쟁사였던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1조1500억원을 제시했지만 나머지 두 계열사를 마이너스로 평가해 전체 가격을 9500억원으로 써내 NH금융에 밀렸다.
결국 우리투자증권 인수가격을 KB금융이 더 불렀지만 패키지 매각 방침을 고수한 금융당국의 원칙 때문에 우리투자증권 인수가를 2000억원 낮춰 써 낸 NH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의 새 주인이 돼 매각 이익을 극대화 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대우증권을 떼고 산은캐피탈과 산은자산운용을 따로 팔기에도 무리가 따른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산은캐피탈과 산은자산운용은 타 민간 금융사와는 달리 산업은행의 지원조직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대우증권과 분리해서 시장에 내놓더라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대우증권 자체가 경쟁력이 뛰어나 패키지 매각과 관계 없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인수를 노리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인수후보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거론 중이다. 이 회사들 가운데 하나가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에 오르게 된다.
이 중에서 가장 인수 가능성이 유력한 곳은 KB금융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에 이어 증권사 인수를 통해 증권업을 키우는 데도 고심 중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KB금융의 조달 가능 자본력은 3조5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 순으로 추산되는데 LIG손해보험의 지분 30%를 최종 인수 후에도 조달 가능한 자본력은 3조원 안팎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경쟁자로 꼽히는 신한지주 역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2조5228억원, 자본잉여금 9조8873억원, 이익잉여금 15조8698억원 등 25조원에 가까운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산규모가 28조원인 신한금융투자와 30조원인 대우증권이 합병할 경우 자산 60조원 규모의 증권사로 거듭나, 42조원 수준인 NH투자증권을 제치고 단숨에 압도적인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