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차별금지 삭제…경쟁 활성화 예상포화시장·AI 신사업 중심 변화로 기대감 저하시장혼란 대책 필요성, 이해관계자 설득 필요
  • ▲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연내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던 단말기 유통법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원금 상한 폐지로 발생하는 시장 혼란을 잠재우고, 이해관계자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등의 과제가 남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2014년 도입된 후 10년 만에 폐지됐다. 불법보조금을 막고 소비자들간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를 제한하면서 소비자 이익이 감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단통법 폐지안은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가입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른 차별금지 규정이 없어져 이통사는 번호이동이나 값비싼 요금제를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지원금을 더 많이 줄 수 있게 됐다. 기존에 불법보조금과 성지를 찾는 데 익숙한 고객들은 보조금 혜택이 큰 매장을 찾아 구매하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제조사별 장려금 공개도 의무화 되면서 단말기 가격 상승에도 대응하게 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이통사는 정부에 제조사가 제공하는 장려금 규모를 제출하게 됐다. 제조사들의 보조금 지원 규모를 늘리려는 압박인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통사간 지원금 경쟁이 단통법 도입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단통법하에서 혜택받는 총 금액을 비교했을 때 25%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과 비슷한 공시지원금을 책정해 왔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한이 사라져도 선택약정 할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년 전과 다르게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도 지원금 경쟁에 회의적인 요인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출혈경쟁의 수혜를 입고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업자간 점유율이 굳어졌고 번호이동 건수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통신 가입자 유치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를 높이기보다는 AI 신사업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 현장과 시민단체도 법안 효용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단통법 폐지안에 10년간 유통망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고가요금제 강제 유도와 장려금 차별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도 단통법 폐지만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낮춰진다는 것은 대국민 사기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실정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 시행을 앞두고 야기되는 시장 혼란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향후 시장혼란과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충실하게 추진하겠다”며 “단말기 유통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내년 2월 출시를 앞둔 갤럭시 S25 시리즈에 단통법 폐지안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단통법 폐지 시행을 앞두고 보조금 경쟁 양상을 지켜볼 수 있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