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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책정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중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액이 무려 다섯배나 뛰어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는 16일 추경 논의 과정에서 메르스 피해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액을 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정부가 산정한 금액은 1000억원였다.
정부는 무려 2조 5000억원 대의 피해 업종 및 공공의료 지원예산을 충분히 지원한 만큼 병원 보상은 10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여야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이 충분히 손실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증액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간에 삼성서울병원을 지원 대상에 넣을 지 여부를 두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복지위는 손실보상 대상 의료기관의 범위, 보상 기간 등에 대해서는 민관 공동으로 구성되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산정해 심의, 결정하기로 했다.
또 야당이 주장한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위한 예산도 2000억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야당이 차상위계층 이하 200만 가구에게 10만원씩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자는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 이라고 수용 불가 입장을 펴왔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같은 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온누리 상품권 지급은 효과가 불분명하고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안 수석은 "일본에서도 저소득층 3500만명을 대상으로 20000엔씩 상품권을 지급했으나 68%가 현금화를 통한 저축에 활용해 소비 진작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난색에도 메르스 피해 보상액 인상에 여야가 합의한 데는 '속도전'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신속한 추경 처리를 당부하면서 하나하나 따지고 넘어갈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 파행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정부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를 열고 추경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법인세 인상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끝내 파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번 추경안에 법인세 인상을 연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적어도 이번 추경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 '단초'를 만들어 내겠다는 태세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추경안을 처리하는 대신 기재부를 향해 "법인세제 개편을 포함한 구체적인 세입 확충 방안을 강구하고 국회와 토론한다"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넣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당장 세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세수 증대는 결국 기업의 생산, 투자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오는 20일까지 추경안 논의를 마친다는 계획이어서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상안에 대한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안은 야당의 단골소재 아니냐, 추경이 급하다고 해서 절대 끌려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