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들의 해외계열사에 대한 정보공개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롯데사태에서 드러나듯 동일인(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안은 공시의무 강화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에 있는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국내회사를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해외계열사를 통한 전체 지분율도 충실히 보고하도록 재벌 총수들에게 강제하기로 했다.
다만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는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한 현행 방안을 유지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롯데사태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롯데그룹 전체 해외계열사에 대한 소유구조를 면밀히 파악 중"이라며 "대기업 집단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또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강화의견이 많은 만큼 현재 국내 계열사에만 적용되는 금지규정을 해외계열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재벌 소유구조 건전화는 경제구조의 기본을 바로세우는 것"이라며 "황제 경영, 손가락 경영 질타를 받는 롯데에 대해서는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과 더불어 지배구조를 낱낱이 살펴본 뒤 법 위반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롯데는 정부의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반기업 정서로 확산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
당정협의에 참석한 이동엽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당국에서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이 보다 투명하게 증권시장 및 투자자에게 공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그룹에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대표자와 재무 현황 등의 정보를 17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롯데 계열 4곳이 지난 3월 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최대주주 법인의 대표자 정보 등을 누락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일부에서는 기존 순환출자제도까지 금지하자는 주장이 많지만 롯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마어마한 속도로 순환출자를 줄이고 있다"며 "롯데의 경우 소유구조 문제라기 보다 독특한 기업문화와 경영행태가 화의 근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국민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질타했던 지난 3일 서청원 최고위원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었다.
당정은 또 이날 회의에서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기여할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법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후에도 롯데가 계열사를 늘린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 부분까지 포함해 자료제출을 요구해 놓고 있다며 20일 자료를 받아본 뒤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제재는 물론 사법당국 고발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
관심을 모았던 재벌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데 대한 견제 장치는 별다른 언급없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의 롯데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롯데에 대해서는 소유구조 뿐만 아니라 자금흐름까지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 외 다른 롯데 계열사에 대한 조사까지 시사하는 발언이다.
한편 야당은 5일 해외계열사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을 담은 '롯데법' 발의에 이어 6일에는 기존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공정거래법 연내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히며 압박강도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