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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능력평가순위 35위의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위기로까지 몰린 것은 무책임한 경영진과 채권단의 '합작품'이란 평이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굴지의 건설사로 주택건설시장에서 군림했던 삼부토건은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에 손을 댔다가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부동산경기도 침체, 자금난에 빠져 지난 2011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었다.

     

    이 때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조건으로 7500억원의 '협조융자'를 해 준 것. 덕분에 법정관리를 철회할 수 있었다.

     

    이 협조융자는 4년째 계속 만기가 연장되다가 이번에 만기연장이 거부됐다. 더 이상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지난 5월 14일 한국신용평가는 삼부토건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3단계나 강등시켰다.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대주단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빚으로 빚을 갚는' 상황"이라며 구조적인 손실구조 고착화, 취약한 만기 구조와 심각한 유동성 위기 등을 지적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공사의 높은 원가율로 영업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금융비용 부담까지 고려하면 손실구조를 탈피하기 어렵다"면서 "추진중인 자산매각이 되더라도 만기도래하는 총 1조4482억원의 금융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7%나 급증했다.

     

    그동안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고집하고 불합리한 매각 부대조건을 달아 번번이 실패했다. 이지스자산운용, MDM과 2차례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

     

    헌인마을 부지의 경우는 높은 가격, 시행사 및 조합과의 마찰 등으로 변변한 매각협상조차 거의 없었다. 과연 경영정상화 의지가 확고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남욱 회장의 장남인 조시연 전 부사장과 삼촌인 조남윤 전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별이다가 4월말 동반 퇴진했다. 조시연 전 부사장은 배임 횡령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오너 일가는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2013년에는 소위 '황금낙하산' 제도 도입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업회생과 채무상환보다는 로비를 통한 상황 타개와 일가의 안위에 더 골몰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채권단은 4년 동안 매년 800억원 가까운 이자비용을 빌려주면서 만기 연장을 거듭, 결과적으로 대출총액을 3000억원 가까이 부풀려 놓았다.

     

    한 금융계 인사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추가 대출, 만기 연장이 거듭된 데는 삼부토건의 로비와 기이한 유착관계가 작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은행 출신으로 올해 초까지 삼부토건 감사였던 이문일 전 감사를 지목했다.

     

    또 "죽은 시체나 다름 없는 기업의 생명을 계속 연장시켜 준 대주단도 결국 수천 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