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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막바지에 이르나 절기상으로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8월의 어느 밤, 서늘한 듯 웅장한 클래식의 향연을 손끝에 쉬이 풀어내는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을 만났다.
푸른 섬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고학찬 사장은 올해 68세로 지난 2013년 4월, 1988년 이래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터전을 지켜오던 예술의전당 '포디엄'에 오르게 된다.
"극장 경영의 요체는 관객의 편안한 관람에 있어"
연간 관람객 '300만명' 시대 포문 열었다취임 초기, 연극영화과 출신이자 TBC동양방송 PD 출신 등 파격적인 인사로 '전문성이 없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국내 '최초' 공연영상화 사업 도입, '최초' 전당 내 서예박물관 운영, 문화햇살사업 추진 등 '화적위우(化敵爲友)'의 경영 수완을 보이며 예술계와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문화융성을 위해 그는 전당의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대중에 문화 향유의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학찬 사장은 "극장 경영의 요체는 관객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공연을 보고 가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예술의전당 최초로 130명의 정규직보다 많은 수인 주차 관리, 경비, 미화 등을 담당하는 용역직에도 정규직과 같은 제복을 입혔다. 또 이들에 공연과 오페라, 발레 등의 티켓을 선물했다. 이같은 조그마한 배려가 묘수로 작용했다. 전당 내에 일하는 모든 이들에 소속감을 부여해 관객에는 친절을 선사하고, 전당에는 활기가 넘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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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연간 230만명이었던 관람객은 3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그는 한정된 계층만이 향유하던 클래식의 저변을 대중으로 넓히기 위해 봄과 가을에 '가곡의 밤'과 '동요콘서트'를 무료 공연으로 열고 있다. 이는 '동요에서 가곡으로, 가곡에서 클래식으로‥' 자연스레 전당을 통해 예술의 풍류를 넓혀나가길 바라는 고학찬 사장의 뜻이 담겨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가곡의 대향연은 2013년 8월, 잊혀져가는 우리가곡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가곡의 중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기획 프로그램이다. 그간 9회 공연, 회당 1,500명 총 13,500명의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았으며 해마다 8월에 열리는 우리가곡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그는 '70대 이상 노인 회원제 운영', '문화햇살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햇살사업은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의 어린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공연이나 전시회에 초청을 하는 사업이다. 또 고 사장은 취임 이후 공공기관 최초로 '종합아트힐링프로그램'을 신설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에 더해 교향곡이나 협주곡 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챔버 뮤직을 관객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예술의전당 클래식 스타 시리스'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우리나라 실내악의 발전과 대중화에 힘쓰는 그다.
이에 고학찬 사장은 "문화융성이 되려면 기존의 엘리트 문화만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의 기운이 전국적으로 온 나라에 퍼져야 한다. 지역과 어촌에서, 농촌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와야 진정한 문화융성이라 할 수 있다. 영상화 사업의 기조가 그것이며, 이는 문화 향유 인구를 늘리는 것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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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황의 감동, 스크린으로 전하다"
대한민국 '최초' 콘텐츠영상화 사업에 나선 고학찬 사장예술의전당 콘텐츠영상화사업(SAC on Screen)은 지난 2013년 11월에 열린 '예술의전당 토요 콘서트' 영상화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는 경기 연천수레울아트홀,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전주 한국소리문화당 등 전국 4개 도시 문예회관과 서울 압구정, 분당 오리, 대구, 부산 서면, 광주터미널 등 전국 5개 CGV 무비꼴라주관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고학찬 사장이 취임됨과 동시에 야심차게 추진해 온 공연콘텐츠 영상화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포디엄에 선 지휘자의 미세한 표정부터 연주자와의 교감, 시선의 이동 등 콘서트 홀 객석에서 놓치는 모습들을 무대 안팎의 설치된 9대의 카메라가 이를 담아내기에 역동적이다"고 그는 자신했다.
실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회의 단점을 백스테이지의 풍경과 연주자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영상에 실음으로써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SAC on Screen'은 예술의전당의 우수한 공연, 전시 콘텐츠를 고화질의 영상물로 제작하여 전국 영화관, 문예회관, 학교 등에 배급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다른 문화예술 장르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발레, 오페라, 클래식, 현대무용 등 순수예술 장르를 대중친화적인 매체를 통해 저렴한 관람료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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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고 사장은 "영상화 사업을 통해 서울과 지방 간 문화 격차를 줄이고, 영상물로 순수예술 장르를 먼저 접한 이들을 실제 공연장으로 이끄는 잠재 관객 개발의 역할도 기대한다"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공연을 영상물로 보존해 공연 콘텐츠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학찬 사장이 취임 이후 'SAC on Screen'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세계 유명극장들이 앞서 스크린에 공연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 현재 뉴욕 매트로폴리탄 극장은 지난 2006년부터 'Met Opera Live in HD'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오페라 무대를 전 세계로 송출하고 있다. 2013년 한 해에만 63개국 2천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됐으며,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등 유럽의 유명 공연장 또한 본 사업의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실시간 전송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2009년부터 새계 최초의 오케스트라 공연 실황 중계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 홀'을 시작했다. 예술의전당 또한 이러한 시류에 동참하는 것이다.
고학찬 사장은 "영상화 사업은 지금 10억원의 국고예산으로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다"며 "LA, 터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카자흐스탄 등 전 세계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을 대상으로 '지젤', '가곡의 밤', '동요 콘서트' 등 'SAC on Screen'의 작품들이 상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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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오페라 '마술피리'와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 등의 작품들이 전 세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고학찬 사장이 이끄는 예술의전당이 K-POP을 넘어 클래식 한류의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