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12조-산은-4조-농협 1.6조-하나 1조-KB 9000억 '익스포저'
  • ▲ 정말 터지려나...은행권에 22조에 달하는 대우조선 익스포저의 충당금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정말 터지려나...은행권에 22조에 달하는 대우조선 익스포저의 충당금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뉴데일리 DB

     

    "한 해 수익의 60%가 날아갈 수도 있다."

    대우조선을 바라보는 은행들의 속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어렵사리 세금 4조원을 투입하는 정상화 방안이 마련됐지만 자금투입의 전제조건인 노조의 쟁의금지 동의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상화 방안이 차질을 빚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은행들은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대우조선은 사실 하루 하루를 버티기도 버겁다.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776%다. 실사를 마친 3분기 손실 1조2000억원을 반영할 경우 그 비율은 4000%로 뛴다.

    자본총계는 2조2484억원이다. 1분기 말 4조5649억원에서 2조2484억원으로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채총계는 17조4550억,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14조6675억원이다. 현금이나 유동자산 11조4282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다.

    유동자산을 모두 판다고 해도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를 제때 갚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회사 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1년안에 채권을 다시 발행하든, 수혈을 받든 어디선가 3조원의 현금을 마련해서 부채를 갚아야 하지만 이미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게 새로 채권을 발행해 줄 곳은 만무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반기보고서 감사를 진행한 안진회계법인은 진작에 존속 여부가 불투명 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는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뉴데일리 DB
    ▲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의 현주소는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뉴데일리 DB

     

    골프장과 사옥, 연수원을 팔고 임원과 부장단 일부를 내보낸다는 기왕의 자구계획안은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임금을 미루고 버텨봐도 한두달이면 고갈된다. 당장 11월엔 3000억원의 채권이 도래한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 노사는 지난달 임금·단체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직원 한 명당 약 900만원 규모의 임금 인상폭을 확정 짓기도 했다.

    자금투입이 늦을 경우 가능성은 적지만 정상화 대신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추진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은행권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일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노조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대우조선은 "상당규모의 적자 시현이 불가피하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추진 대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 3위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의 워크아웃은 물량부담과 더불어 정치경제적인 영향이 엄청나 결정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방안은 늘 채권단의 입맛과는 다른 방향으로 간다. 그래서 은행권은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60~70%에 이를 수조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워크아웃까지는 아니지만 최소 자율협약 수준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대출채권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바뀐다. 은행들은 당장 10% 내외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22조에 이르는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감안할 경우 그 금액만도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 ▲ 은행들이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를 대우조선 충당금 공포에 떨고 있다ⓒ뉴데일리 DB
    ▲ 은행들이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를 대우조선 충당금 공포에 떨고 있다ⓒ뉴데일리 DB


    최대 여신기관으로 12조5000억이 물린 수출입은행이나, 최대 주주로 4조1000억의 익스포저가 있는 산업은행은 그렇다쳐도 일반 시중은행들은 멘붕에 빠질 수준이다.

    단골 부실여신기관인 NH농협이 1조6000억, KEB 하나은행이 1조원이 물렸다. 하나은행은 외환과의 통합으로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 은행 중 가장 큰 규모가 됐다. KB도 9000억원에 달해 특수나 합병을 은행을 제외하면 단독으로는 가장 많았다.

    매각 이슈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우리은행도 5500억원에 달했다. 리스크 관리의 모범생 신한은 4000억원에 그쳤다. 그밖에 IBK기업은행이 900억, 부산·경남은행  462억, 전북·광주은행 266억 순이었다.

    외국계도 3607억에 달했으며 2금융권인 서울보증과 KB자산운용도 각각 1조1000억과 1550억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 그나마 대우조선 신용공여액에는 환매조건부채권과 미확정지급보증,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은 빠져 있다.

     

  • ▲ 정상화의 갈림길에서 대우조선 노조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뉴데일리 DB
    ▲ 정상화의 갈림길에서 대우조선 노조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뉴데일리 DB


    벌써 은행들은 조선사의 우산을 빼앗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한진중공업에 대해 만기가 도래한 200억원을 비롯해 올해 말까지의 신용대출에 대해 만기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필두로 구조조정 광풍에 휘말린 은행권이 충당금 삭풍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정부·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이달 28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동의서 제출이 늦어질 경우 법정관리를 포함한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