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몇번의 생보사 담합적발…금융당국 이유로 법원서 패소

  • 금융당국의 인가없이 보험상품과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지만 보험사는 오히려 '갈팡지팡'하고 있다. 

    사전규제 폐지는 양날의 검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규제만큼 방패 역할을 해줬던 금융당국이 한 발 비켜가면 공정거래위원회의의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상품개발시 
    사전시고제표준약관 폐지하는 등 사전인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산하 기관에서 제시해주던 지표를 사용해왔던 기존과는 달리 앞으로는 보험사가 직접 위험율, 이자율, 할인율 등을 따져보고 상품가격을 정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상품과 가격을 결정하는 지표를 두고 담합행위로 볼 수 있는 정보교류를 해왔지만 
    경제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의 역할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 지난 2013년에도 공정위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등 9개 생보사에 대해 사망 보험금 보증 수수료율, 연금액 보증수수료율, 특별 계정 운영수수료율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총 201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으나, 이를 불복한 생보사들 소송을 걸어 패소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담합'을 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삼성, 교보, 한화, 푸르덴셜 생보사가 작업반 모임을 통해 수수료율을 책정에 합의하고 상품까지 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생보사는 법원에 공정위의 과징금 및 시정조치 처분 취소소승을 했고 승소했다.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지도에서 이뤄진 점을 강조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담합 자리로 지목된 회의는 금융당국이 주도해 보험개발원 사무실에서 열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 재판부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아래 각 수수료율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공유한 사실만 인정될 뿐 수수료율을 합의했다는 점까지 인정하지 어렵다고 판결해 보험사는 담합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서 2011년에도 공정위는 16개 생보사에 대해 확정금리형 상품의 예정이율과 변동금리형 상품의 공시이율을 담합했다며 보험사별 9억원에서 66억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 역시 생보사가 취소소송해 승소한 바 있다. 

    생보협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시키는데로 해왔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준데로 했을 뿐인데 공정위에서 담합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몇번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모두 생보사가 승소했다. 앞으로 공정위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지시만 따르면 됐지만 앞으로는 공정위 등의 눈치까지 봐야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업은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커왔다. 규제가 장벽이 되기도 했지만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자율화 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들이 위법성 소지가 있어 공정위 등이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면 됐지만 앞으로는 공정위, 감사원의 움직임까지 염두해야 한다. 사후규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사후 규제의 강도 수준이 어떨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공정위는 '보험업을 중점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고 조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금융권의 담합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당국'을 장애물로 지목한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 담합조사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주고 담합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해 주고 있다. 당국이 시킨데로 한 것이라는 변명이 이어져 조사에 애로 사항이 많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을 주문한 만큼, 향후 공정위의 칼날은 더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