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약관·상품·소송남발 금지 등 핵심내용 빠져

‘다 보장해 준다’라는 식의 불완전 판매, ‘약관에 나와 있지 않아 보장해 줄 수 없다’식의 보험금 미지급은 보험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불완전판매는 보험금 미지급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보험업계가 자발적으로 3일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자율협약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이춘근 보험대리점(이하 GA)협회장 등 보험업계에서 굵직한 인사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 대표 36명, 보험대리점 대표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불완전 판매와 민원 감축을 목표로 모집시 준수해야 할 자율 사항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진웅섭 금감원장은 축사를 통해 “보험업계가 자발적으로 체결한 만큼 조기에 정착되어 보험판매채널의 건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CEO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한다. 금융당국도 시장자율적 금융규제개혁의 모범사례가 되도록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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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웅섭 금감원장의 축사 발표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생보협 관계자는 “모집질서 개선을 위한 자율협약에는 협약위배시 제재사항이나 강제성이 없는 ‘자율’협약이다. 하지만 진웅섭 금감원장이 직접 자리를 한만큼, 이 협약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생보협 관계자는 “일각에서 최근 보험시장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발표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긴 행사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생보협, 손보협에서 최근 자율협약에 대해 고민해 왔고 이를 금융당국에서 알고 축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생보협, 손보협, GA협에서 발표한 자율협약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표준위탁계약서를 만들어 보험회사는 GA에 계약서 상에 명시된 수수료만 지급하고 GA는 보험사에 부당한 금품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불완전판매 발생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 불완전판매시 설계사의 잘못이 나타면 책임을 물으며 자율협약의 이행을 위해 ‘모집질서개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보험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보험상품 위주로 판매해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자율 협약을 두고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금융개혁회의에서 보험판매채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 ▲시장질서 문란행위 규제강화 ▲판매채널 제도 전면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어 금융당국에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는 비판도 거세다.
      
    자율협약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피해 방지와 권익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의 이해관계에 대한 내용이 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나 민원은 보험사나 대리점이 이 개념을 망각한 채 영업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소홀히 해서 발생되는 만큼, 보험사(대리점) 임직원의 인식부터 전환이 필요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생손보사와 보험대리점은 고객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기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협약한다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다. 협약식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 보험사와 대리점간의 모집질서가 그만큼 문란했고 그 피해를 고스란이 소비자들이 감수해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불완전판매의 가장 큰 원인인 복잡한 약관과 상품구성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으며,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협의가 안될 경우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소비자들의 권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오세헌 국장은 “불완전판매와 민원 해소는 보험사와 대리점 간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보험상품의 내용이 어렵고, 사업비를 제대로 알 수 없으며, 보험료가 매년 인상되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협약 체결이 과연 얼마나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기여할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어 오국장은 “보험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알기 쉬운 상품을 개발해서 제대로 판매해야 한다. 특히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 지급하기 위해 가입자에게 화해신청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거나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보험사의 주된 임무(보험금 지급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