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사업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증권가 "성장동력 확보"손자회사 밥캣 pre-IPO 임박…8000억 자금조달 목표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숙원사업이던 '동대문 면세점'을 현실화, 소비재·유통사업에 20년 만에 다시 진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주가 역시 최근 호재가 반영되고 있다. 오히려 갑작스런 호재에 대한 경계심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실적부진을 털어낸 두산과 자회사들이 반등시점을 빨리 잡을수록 레벨업의 실현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두산 주가는 지난 19일 11만원에 마감했다.

     

    연초 대비 6.28%의 상승률은 눈에 띄게 높은 수익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8월 중 9만원선(8월26일 저가 9만3000원)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지난 16일에는 다시 14만8000원까지 올라가며 52주 최고가를 경신(연초대비 43%↑)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6일 급격히 하락반전해 결국 5% 이상 하락마감한 이유는 기관의 대량 차익실현과 함께 대규모 공매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반전했을 당시 두산의 대차거래 잔고는 2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두산 시가총액의 10%가 넘는 액수다.


    증권가는 두산의 주가 재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면세점 업권을 획득함과 동시에 '승자의 저주'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이 동대문 신규 면세점 입찰에 성공해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동대문 면세점은 94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보유한다"고 평가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나치게 인프라 위주로 편중됐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며 "이번 3분기의 실적과 면세점의 사업성을 통해 앞으로도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두산의 면세점 진출은 큰 관심사다. 두산이 동대문 면세점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서울 시내면세점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 신규 사업자들에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신평 측은 "두산은 두산중공업 계열에 대한 잠재적 지원부담이 존재하지만 자체사업 영업실적 개선 및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가 전망되기 때문에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면세점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발표 이전부터 나올 만큼 두산은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갔고, 적극적인 상생경영 방침 역시 매번 어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두타'(두산타워)로 동대문 상권 부흥에 나섰던 두산이 면세점을 통해 다시 한번 동대문 상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와 동대문 상권일대는 기대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두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 사업권을 품에 안고 내년 사업확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체 실적 및 자회사들의 실적 챙기기에는 더욱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산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1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8% 감소했다. 순손실 34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두산중공업도 3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 영업이익은 6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9% 감소했고, 36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자회사들이 실적이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분 75.5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밥캣)는 수년간 부진을 털고 최근 몇년 동안은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하반기 들어 실적개선세가 시작되면서 현재 1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밥캣의 영업이익은 3220억원이다.


    최근에는 밥캣의 상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장까지 일정 기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될 때 투자자들에게 상장을 약속하고 미리 지분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프리(pre)-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밥캣은 8000억원의 자금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가는 프리-IPO를 통해 밥캣이 목표로하는 8000억원 조달에 무리가 없다는 전망을 내고 있다. 조달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돼 두산그룹의 재무구조개선에 요긴한 재료가 된다.


    밥캣을 두고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지만 결국 복덩이로 키워낸 만큼 두산은 이번 면세점 사업 역시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전략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첫해 매출 5000억원, 5년간 누적 이익 5000억원을 이뤄내겠다는 자체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