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잖아요"

    과거 학력위조 논란에 휘말렸던 가수 타블로가 억울한 심정에 눈물을 훔치며 했던 말이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 경영진들의 마음이 당시 타블로와 같을 것 같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조2000억원대 대형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최근 사장단 전원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전사적인 긴축경영체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을 위해 뼈를 깎는 수준의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임원 30%를 회사에서 내보낸 데 이어, 올 초에는 과장급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고참급 여직원들에게도 퇴직 신청을 받았다.

    팔 수 있는 것도 다 팔고 있다.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의 포스코 지분과 현대삼호중공업의 KCC지분을 매각해 7000억여원을 현금화했다. 올해도 현대중공업의 현대차 지분과 삼호중공업의 현대자동차, 포스코 지분을 매각해 약 1조원을 확보했다. 지난 9일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 144만3000주를 처분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조기정상화를 위한 굵직굵지한 결단들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이 회사 노조의 눈에는 모든게 '쇼'로 보이는 것 같다. 지난해 2분기 현대중공업은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당시 환율하락과 해양플랜트 공정지연 등으로 5000억원의 충당금이 선반영된 결과인데, 노조는 "임금협상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뻥튀기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1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도 같은 문제로 조(兆)단위의 적자를 누적하고 있다. 중소조선사들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노조는 최근 경영진의 급여 반납 결정에도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고 있다. 왜 일찍 이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통상임금 항소심이 닥친 시점에서 임금을 반납하냐는 것이다. 정작 현대중공업 노조는 동결은 커녕 기본급 12만원대 인상을 주장 중이다. 국내 타 조선소 노조들은 어려운 회사상황을 감안해 대부분이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조업에 전념 중이다.

    지난 8일 취임한 백형록 신임 노조위원장은 "적자의 책임을 부실한 경영을 해온 경영진에 있다"며 "(임금협상에서) 이번만 참아달라는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

    임금인상은 회사경영이 정상화된 뒤 요구해도 늦지 않다. 정작 회사는 존폐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평균연봉은 7500만원 수준으로 절대 낮은 편도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는 15일부터 재차 임금협상을 이어가지로 한 상황이다. 어느 때 보다 노사합심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눈앞의 이익만 쫓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