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경남(PK)은 더이상 새누리당의 텃밭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야당은 부산지역에 두 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다. 특히 부산 사하을 지역에는 3선의 야당 의원이 버티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이 분위기는 '새 얼굴'이 주도한다. "왜 여당이 부산에서 승리하지 못하느냐"며 "부산은 토박이가 아니면 당선이 어렵다는 것 모르냐"는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 토박이가 돌아왔다

    이호열 고려대 교수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부산 사하을 예비후보 등록을 첫번째로 마쳤다. 그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면서 "벅찬 가슴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지금은 감천문화마을로 인기가 있는 감천동에서 태어났다. 이후 감천초, 송도중, 혜광고를 나란히 졸업했다. 그가 자랄 때만 해도 이 지역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오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달동네였다. 50년이 지난 지금 상·하수도 시설은 모두 갖춰졌지만 여전히 ‘오래된 동네’의 모습을 하고 있다. 


  •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이호열 예비후보는 "감천은 제가 태어날 때도 부산에서 제일 못살았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나라가 지난 50년 간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 내 고향은 아직도 낙후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감천문화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다대포 해수욕장과 주변 경관은 빼어나지만 인근에는 호텔이 하나도 없다”면서 “조금만 인프라를 투자하면 지역 상권도 살리고 관광객도 더 늘어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꼭 새누리당 후보로 20대 총선에 당선돼 사하를 제 2의 해운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손 내밀어준 곳은 국가밖에 없었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소위’ 잘나가는 인생을 살았다. <아카데미 토플> 저자이자, 고려대 법학 박사,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SBS 오승연 전 아나운서와 결혼해 아들도 얻었다. 그런 그가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우리가 족에게 손 내밀어 주는 곳은 국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국가유공자다. 그의 아버지는 6.25 전쟁에서 눈에 큰 부상을 입어 상이용사로 지정됐다. 아버지의 경제활동은 나라에서 받는 ‘국고보조금’이 전부였다. 그는 어린시절 주기적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부산지방원호청을 오가며 보조금을 탔다. 부모님과 사형제의 생활비로 늘 부족했지만, 그에게는 참 ‘고마운’ 국가였다. 


  •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 이 예비후보는 “초등학교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접이식 야광지팡이와 손으로 분침과 시침을 확인할 수 있는 맹인용 손목시계를 하사했다”면서 “그때 나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국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과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을 위하여 역할을 해줘야 하며 대통령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멋있어 보였고, 또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물론 보조금만 가지곤 우리 여섯 식구는 생활하기 어려웠다. 늘 굶었고, 배가 고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연탄배달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중요한 점은 국가가 우리 가족을 지켜줬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우리 가족을 잊지 않음으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공부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천동 달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국가와 지역의 보살핌으로 이렇게 성장했다”면서 “당시 우리집이 공사중일 때 공부를 잘하는 나를 위해 방을 내어준 이웃도 있었다. 이제는 지역과 나라에 진 빚을 되갚을 차례”라고 했다. 


    ◇ "니는 안떠날 거 아이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부산 사하을 지역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만 해도 7~8명에 이른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이 이 지역에서 연달에 패배한 요인으로 ‘외부 공천’을 꼽는다. 야당후보가 강력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지역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수혈해 공천하면서 지역민심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지역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니는 (지역구를) 안 떠날 거 아이가’이다. 다른 지역 출신인사로 채워진 공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에 대해서는 12년 동안 야당의원이 지역구 의원이 되면서 발전 속도가 늦었다고 했다.  


  •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 그는 “다대선 공사가 수년 째 이어지면서 인근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여당의원와 야당의원의 차이는 실행력에 있다. 힘있는 여당 국회의원이 돼서 지역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부산 사하구를 서울 강남 8학군처럼 만들고 싶다. 그는 “교육 여건을 개선하면 다른 지역사람들이 이사 오게 되고 주변 인프라까지 갖춰진다”면서 “저도 영어전문가지만 부인 오승연 고려대 교수도 영문학 박사이다. 영어 하나는 책임지고 잘 가르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이 인터넷강의를 진행한 것처럼 온라인을 통해 지역민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공급 등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 개천에서 용은 계속 나야 한다

    이호열 예비후보는 ‘좌절’과는 거리가 멀다. 3수 끝에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그의 수중에는 대학교재를 살 돈 조차 없었다. 사법고시는 뒤로 미뤄야 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대학생의 과외를 금지해 ‘막노동’을 나가 돈을 벌기도 했다. 무작정 대학서점가를 찾아 출판사에 대학 영어강사 자리를 요청한 적도 있다. 물론 그는 이때까지 외국에 나가본 경험도 없었고, 영어 실력도 부족했다. 

    이 후보는 “법 전공으로 사실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했다”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또래 대학생을 대상으로 첫 강의를 시작한 뒤 점차 수강생들이 늘었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위해 영어와 매일 씨름했다. 그 길이 <아카데미 토플>저자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가 평등한 기회를 준 것이다. 그 당시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였고, 개천에서 용도 나올 수 있는 시대였다”면서 “그게 바로 정의로운 사회”라면서 “금수저로 태어난 부잣집 아들만 성공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집 아들도 기회 균등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이 예비후보의 부인인 고려대 오승연 교수. ⓒ 정재훈 기자
    ▲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이호열 고려대 교수가 16일 뉴데일리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이 예비후보의 부인인 고려대 오승연 교수. ⓒ 정재훈 기자


  •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아내인 오승연 전 SBS 아나운서이다. 
    오 전 아나운서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이 사람과 결혼이었다. 2500:1 경쟁률을 뚫고 공채 아나운서가 되는 과정보다 어려웠다. 당시 부모님께서 ‘왜 빽도, 돈도 없는 이 남자랑 결혼하느냐’고 격렬히 반대하셨다”고 했다. 

    그는 “제가 택한 이 남자는 운명을 개척해 온 사람이다. 진정한 가난과 어려움에 처해봤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사회를 어떻게 정의롭게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지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 사람은 뭐든지 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게 정치라고 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출마도 이 사람의 운명이라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