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지막 해, 직접 투자자 유치 위해 해외로
  • “상반기 중 중동과 유럽 등 해외IR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지분 인수자를 찾는데 노력하겠다”

    이광구 은행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공식석상에서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한 것이다.

    특히 정부 주도하에 진행 중인 지분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이광구 은행장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변한 것이다.

    사실 아부다비투자청 등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알려진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협의 내용에 대해선 깜깜 무소식이다.

    그동안 중동 국부펀드의 자금줄인 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우리은행의 주가 역시 적정매각가격인 1만3000원(주당)에는 크게 밑돌아 지분매각에 대한 조율이 쉽지 않았다.

    결국 해를 넘겼고 이광구 은행장의 임기는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게 됐다.

    즉 자리에만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투자자를 만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미 국내 영업에 대해선 그룹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며 각 그룹장에게 은행장 전결권까지 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광구 은행장이 취임 1년 동안 국내 영업에 주력하며 자산과 당기순이익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우리은행 주가는 회복되지 못한 만큼 이제는 영업보다 투자자 찾기에 본인이 직접 뛰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구 은행장이 해외출장 1순위로 중동 지역을 꼽은 이유도 국부펀드의 인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미 중동 지역 투자자 탐색을 위해 우리은행 해외지점 중 두바이, 바레인 지점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리스트를 뽑아 현지 상황 점검에도 나선 상황이다.

    중동 국부펀드의 인수 의지가 미약할 때는 유럽과 미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08년 우리금융지주 시절 영국 아비바그룹과 함께 LIG생명을 인수해 지분을 나눠 가진 경험이 있다.

    미국에선 BBCN 등 한인은행과의 접촉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지분 인수와 관련해 미국 한인은행인 BBCN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BCN은 기존 한인 주주들과 함께 미국에서 투자펀드를 설립, 우리은행 지분 4% 인수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당국에 투자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으로 인해 BBCN 지분인수 계획은 뒷전으로 밀렸다. 오일머니 유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액 지분인수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못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분 30% 이상을 묶어 파는 경영권 매각 외에 지분 30∼40%를 쪼개 여러 곳에 분산매각하는 과점 주주 방식도 함께 추진 중이다.

    한편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014년 12월 취임했다. 수석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은행장이 된 케이스로 주변을 놀라게 했지만 전제조건으로 민영화 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임기는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